오피니언 시론

경유값 파동 종합대책이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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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국제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유값이 지속적으로 오른 데 이어 최근에는 휘발유 가격을 추월하자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내 경유의 약 80%는 철도 및 화물 등 수송 부문에서 소비된다. 이는 곧 공공요금의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해당 업계의 수지악화를 불러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국제 경유 가격은 5월 30일 현재 1배럴에 160.82달러로 휘발유의 132.96달러에 비해 무려 20.95%나 높다. 이에 비해 국내 경유 가격은 L당 1903.62원으로 휘발유의 1896.98원을 추월했지만 차이는 0.35%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유값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더 오르고 휘발유 가격에 대한 역전현상도 지속될 전망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당장은 경유값 급등에서 비롯된 공공요금 및 물가의 상승 압력을 덜고,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이 별로 없다는 게 고민이다. 정부가 즉시 할 수 있는 대책이란 경유 세율을 낮추고, 영세사업자에 대한 유가보조금 제도를 연장하며, 영세 서민에게 가스·전기·난방 및 주유대금 용도로 에너지 바우처를 무상 지급하는 것 정도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단기 대증요법에 불과해 자칫하면 내성만 키울 우려가 크다. 국내 유가는 1997년 완전 자유화돼 정부는 석유 비축과 품질 및 안전의 보장 이외에는 가격을 통제하기 어렵다. 경유를 비롯한 석유제품의 수급은 외국인 지분이 상당이 큰 정유회사가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경유 가격을 낮출 경우 해당 기업은 인하분을 다른 석유제품에 전가하거나 경유를 수익이 큰 국제시장에 수출하려 할 것이다.

경유값 파동을 해소하자면 정부의 에너지 수급 및 가격정책과 경유 자동차를 포함한 수송체계 및 연료의 수급 방안, 에너지 관련 세제의 개편 등을 포함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경유는 대부분 철도 및 육상 및 연안 화물 수송과 어선 등에 사용돼 오랫동안 휘발유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됐다. 그러나 정부는 경유 및 LPG의 저가 유지로 인한 석유류 가격 체계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80년대 중반부터 세제개편을 추진했다. 그 결과 휘발유·경유· LPG 간의 상대가격 비율은 2000년 100:47:26로, 2007년에는 100:85:50로 각각 조정됐다.

그럼에도 경유는 한동안 휘발유보다 값이 쌌다. 여기다 정부가 경유승용차 생산을 허용하면서 경유 수요는 계속 늘었다. 수송 에너지 중 경유의 비중은 2000년 40.6%에서 2006년에는 42.9%로 높아졌다.

그러나 경유는 휘발유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고 도로 파손 및 분진 발생 등 환경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경유 자동차는 물론 철도 및 화물 수송 등의 경유 사용 증대에 대한 세심한 고려와 함께 수송체계의 개편에 대한 검토가 요구된다.

또한 경유를 포함한 에너지 세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경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교육세 및 주행세가 부과되고 세후 가격에 10%의 부가세가 또 부과된다. 많은 국가들이 석유 제품에 각종 목적세를 부과하고 있으나 주로 에너지 및 환경 관련 재원 조달에 국한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에너지특별회계가 있음에도 별도로 일반재정 사업을 위한 재원 조달을 위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차제에 석유 및 천연가스 관련 세제는 에너지특별회계에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서민 보호를 위한 에너지 구입권인 바우처의 도입과 영세사업자의 유가보조금 제도, 농어업용 면세유 제도 등은 사회보장 차원에서 복지제도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정부·기업·가계 등 각 경제 주체가 합리적으로 분담해야 한다. 당장 기업과 가계가 어렵다고 보조금에 의존한다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재정만 악화시킬 소지가 크다.

서주석 아주대 에너지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