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학생폭력,왜 대책이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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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학생폭력의 실태가 말할 수 없이 심각하다.폭력서클에 가담하는청소년이 늘고 범죄 양상도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다.
몇해 전 한 국민학교 학생이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그 내용은 「불량배 없는 세상을 만들어주세요」였다.몇달 전에는 한 중학생이 폭력학생들에게 시달리다 스스로 아파트에서 떨어져 목숨을끊었다.뭇매를 맞은 한 여학생은 충격으로 정신병 원에 입원하기도 했다.도대체 대명천지에 나이 어린 청소년들이 학교가기를 무서워한다니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이 나라의 치안이 어느 지경이기에 이런 현상까지 나오느냐는 말이다.
청소년사회의 폭력현상은 참으로 위험천만이 아닐수 없다.우리사회의 미래가 얼마나 폭력적이 될 것인가를 예상할 수 있게 하기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회 지도자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현실이다.그런 탓에서인지 문제 해결을 위해 각 분야의 책임있는 사람들이 뚜렷한 대책을 세워 딱부러지게 일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서울시 교육청은 시내 중학교 352개교,고등학교 273개교를 조사한 결과 교내 불량서클이 149개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그러나 이 숫자는 도무지 믿을 수 없다.우리가 알기론 적어도 한 학교에 2~3개씩의 불량조직이 있다.교내 서클만이 아니다.학교 밖에는 동네 불량패거리조직이 있고,더 크게는 전문 조직폭력배의 하부조직도 있다.
학교나 경찰에서는 그들 조직의 대부분을 파악하고 있다.만일 이 조차도 파악하고 있지 못한다면 모두 「사표감」이다.
청소년폭력병의 병인(病因)을 찾자면 많다.멀리는 이 나라 사회의 폭력적인 정치문화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원리는 수십년간 무소불위(無所不爲)의 막강한 권력을 폭압적으로 휘둘러온 대도(大盜)들의 권력행태에서부터 나타났다.물리적 힘에 의해 약자를 굴복시키기는 경제계도 마찬가지다.소위 아랫사람들의 「뗑깡문화」도 폭력문화의 일종이다.가정에서,기숙사에서,내무반에서,그리고 TV를 봐도,비디오를 봐도,스포츠만화를봐도 온통 폭력으로 먹칠된 현실이 청소년들에게 악(惡)의 영향을 미쳤을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그 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그것은 결국 환경탓,사회탓,제도탓,남의 탓만 하고있는데 불과하기 때문이다.대책을 세워야 한다.청소년들의 폭력적 성향을 제압하고 선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학교와 가정을 통해 온 사회에 「비폭력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폭력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죄악이며 폭력의 행사자는 가장야수적 인간임을 교육시켜야 한다.주먹 센 녀석들이 우쭐대는 풍조를 철저하게 제압해야 한다.「욱」하는 성질은 폭력임을 가르치고,「사람사랑」의 정신과 「겸손함」을 가르쳐야 한다.
폭력서클을 찾아 특별관리해야 한다.전담 지도교사를 2~3명씩지명하고 활동비를 지급해야 한다.이들이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집단 상담프로그램을 적용해 통째로 취미서클.봉사서클로 바꾸는 것이다.무조건 해체하려고 해서는 번번이 실패 할 것이다.또래간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좋은 본을 가르치는게 중요하다.
학교밖 서클에 대해선 1차적으로 경찰이 맡아야 한다.폭력청소년에게는 심리치료를 해줘야 한다.내면세계의 상처와 아픔을 치료해주고 특히 가족관계.부모와의 관계를 개선해줘야 한다.폭력제압을 위해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가동해야 한다.위험지 역의 위험시간대에 선도위원.학부모등 자원봉사자와 학교및 경찰이 연계된 특별선도팀을 투입해야 한다.무전연락체계를 갖춰야 한다.
사회가 폭력에 굴복해선 안된다.청소년학생들이 폭력의 우월성을느끼게 해서는 안된다.폭력은 죄악이며 가장 야수적인 것임을 인식시켜야 한다.법과 도덕을 바로 세워야 한다.
(사법연수원교수.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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