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나정 발굴 지도委 "신라 역사 재검토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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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신라 초기 역사를 새로 써야 할 유적이다."

29일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탄강(誕降)지로 추정되는 경주 나정(蘿井.사적 제245호)에서 열린 발굴조사 설명회에 참석한 지도위원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본격적인 추가발굴도 지시했다.

최근 나정에서는 우물터와 도랑.목책 등 신라 건국 초기의 건축 흔적들이 새로 나왔다. 같은 장소에서 8각형 건물지와 우물터를 발견한 데 이은 두번째 성과다. 발굴단은 팔각형 건물지와 우물터는 5~6세기 것으로, 이번에 나온 것은 기원 전후에 축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박혁거세 사당인 '나을(奈乙) 신궁' 또는 시조묘 관련 기록과 거의 일치한다.

삼국사기에는 ▶제2대 남해왕 3년(AD 6년)에 혁거세의 사당을 세우고 사계절로 제사를 지냈으며▶소지왕 9년(487년) 시조가 탄생한 나을에 신궁을 세웠다고 기록돼 있다. 이 때문에 조유전 위원은 "그간 전설로만 치부해왔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초기 기록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위원은 탄축(炭築)흔적에 주목했다. 탄축은 땅을 다질 때 숯을 함께 넣어 벌레나 지렁이의 침입과 부패를 막는 기법이다.

그는 "탄축 흔적은 나정이 신성한 영역이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변에 청동기시대 주거지 흔적이 함께 나타나는 것도 흥미롭다.

조위원은 "혁거세의 철기 집단이 기존에 거주하던 청동기 세력을 아우르는 건국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며 "그 과정이 신화화돼 후세에 탄강 전설로 남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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