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YS에 은근한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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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 자민련에는 「살아있는 백과사전」이 많습니다.민자당 대표를 지낸 김종필(金鍾泌.JP)총재가 있고,사무부총장을 지낸 조부영(趙富英)총장이 있으며….우리가 본격적으로 김영삼(金泳三.YS)대통령의 대선자금조성 해명을 요구하고 나서 면 그쪽에서도 바싹 긴장할 겁니다.』 13일 오전 자민련 간부회의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말이다.이날 회의는 여느때와는 달리 긴박감속에서진행됐다.보통때 같았으면 조직책 인선이 주(主)요,노태우(盧泰愚)씨 부정축재파문대책이 종(從)이었을 간부회의가 이날은 몽땅盧씨 파문 대책만을 숙의했다.아무래도 지난주말 민자당 강삼재(姜三載)총장의 발언에서 비롯된 민자당과 국민회의간 전면전의 불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긴장감속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보듯 요즘 JP는 盧씨파문 초기와는 달리 자기 목소리를 서서히 내고 있다.그리고 그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은근한 「경고」를 함축하고 있다.
그의 경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대(對)YS요,그중에서도 대선자금 부분이다.줄곧 『모른다』로 일관했다가 8일부터『천문학적 숫자』로 껑충 뛰었다.그리고 그는 이를 계속 이용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그는 『권력이 1인에게 집중돼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휘두르면 반드시 잘못된 일이 생기게 마련』(11일 대전동을 지구당창당대회)이라고 했다.이어 『YS가 「직접」한 푼도 안받았다는게 문제다.직접 받았는지 안받았는지 나도 모른다.그러나 직접 받지않았더라도 국민들이 의심하는 것 아니냐.
어느 시점에서 국민들 의심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며 고삐를 조이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간부회의에서도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국민회의와 현 공조수준을 유지하면서 YS의 대선자금을 압박한다.특히 대선자금과 관련,이원조(李源祚)전의원.배종렬(裵鍾烈)같은 브로커에 대한 조속수사를 촉구한다」.
이같은 JP의 행보에 대해 한영수(韓英洙)총무는 『국민회의는단순히 盧씨로부터 받은 자금을 밝히라고 하지만 우리는 이원조.
배종렬씨등을 거론하면서 밝히라고 하지 않느냐』며 『속내용을 모르는 사람(DJ)이 밝히라는 것과 알고있는 사람 (JP)이 밝히라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은근히 JP가 「알고도 짐짓 모르는 척」하는 입장임을 내비친다.
YS의 약점을 공격하면서 DJ에게 공조를 손짓하는 이같은 JP의 전략은 결국 내각제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JP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한 고위당직자의 말처럼 그는 양金을 옥죄거나 도닥거리면서 이중 한 金을 선택,자신의 지론 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이는 JP가 경고성발언을 꾸준히하면서도 반드시 내각제를 거론하고 있는데서 잘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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