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도 김동률도 “나와 함께 공연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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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정명훈(55)은 중요한 연주마다 첼리스트 송영훈(34·사진)을 부른다.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은 현재 첼로 수석 연주자가 별도로 없다. 송영훈은 2006년 베토벤 교향곡 전곡 공연에서 객원 수석으로 함께 연주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향의 이름을 세계 외교가의 화제로 올려놨던 뉴욕 유엔본부 연주 무대에도 그가 있었다. 정명훈이 “다음 세대를 돕고 싶다”며 시작한 청소년 보육시설 ‘부산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의 첫 무대에 협연자로 불려간 사람도 그였다. 올해 3월 뉴욕에서 정명훈과 형제들이 조촐하게 마련한 어머니 이원숙 씨의 90세 생일 파티 연주에도 그는 빠지지 않았다.

“제가 인복이 있나 봐요.” 송영훈은 “한번이라도 함께 연주를 한 사람이라면 그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려고 한다”며 “정명훈 선생님과의 인연도 그렇게 계속됐다”라고 말했다.

클래식 연주자는 물론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에 걸쳐있는 그의 ‘거미줄’ 인맥이 음악계에서 화제다. KBS 클래식FM(93.1 MHz)에서 오전 9시 ‘송영훈의 가정음악’을 진행하는 그는 출연자 섭외를 직접 하고 있다.

그는 “음악계에서 한 다리 건너면 안 통하는 사람이 없다”며 “내가 좋아했던 아티스트들은 적극적으로 찾아 간다”라고 ‘인맥’의 비결을 설명했다. 지난해 함께 연주했던 기타리스트 제이슨 비유는 3년 전 한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만난 사이다. 연주가 뛰어나다 싶으면 거리낌 없이 ‘접근’해서 안면을 트는, 그의 활달한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음반을 녹음하던 스튜디오에 우연히 들른 가수와는 공연에 찬조 출연하는 사이가 된다. 2년 전 일본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보사노바 가수 리사 오노(41)의 작년 공연에서 송영훈은 게스트로 연주했다.

처음 만나 스스럼없이 대하는 친근함 뿐 아니라 인상적인 연주 실력 또한 사람을 끄는 요인이다. 그는 14세에 미국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유학, 수석으로 졸업한 뒤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객원 수석으로 영입돼 화제를 모았다.

피아니스트 파블로 지글러(64)와 친해질 때도 연주 실력이 한몫했다. 지글러는 탱고 매니어의 ‘우상’인 아스트로 피아졸라(1921~92)의 단짝 피아니스트다.

클라리넷 연주자인 지글러와 친하다는 사실을 듣고 그의 뉴욕 집으로 와인 한 병과 자신의 탱고 앨범을 들고 찾아간 송영훈은 그로부터 2009년 6월 함께 공연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송영훈은 다음달 29일 오후 5시 성남 아트센터에서 탱고 공연을 연다. 이 무대의 게스트는 동갑내기 가수 김동률(34). 종종 함께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친구 김정원(33)의 소개로 만난 사이다. 탱고에 대한 관심을 공통으로 발견한 후 더 가까워졌다고 한다. 송영훈은 1월 나온 김동률의 5집 앨범 중 ‘뒷모습’이라는 곡에서 첼로를 맡았고, 김동률은 이번 공연에서 직접 작곡한 탱고 음악을 선보인다.

“알고 보니 동률이의 매니저가 제 유치원 친구더라고요. 세상 참 좁죠?”

글=김호정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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