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허인회 구속'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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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민회의에 악재(惡材)가 겹치고 있다.김대중(金大中)총재가 20억원을 받았다고 밝힌데 이어 30대 전략 상품인 허인회(許仁會)당무위원이 불고지혐의로 구속됐다.
선거 때마다 용공조작 시비로 타격을 받아온 金총재에게는 뼈아픈 타격이다.金총재는 이런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국민회의를 만들면서 보수인사들을 영입했다.보수화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정강정책에 보수논리를 도입한 것도 그 때문이다.그런데 또 다시 이런 사건이 불거져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許씨는 金총재가 무척 아끼는 인물이다.운동권 출신이면서도 기업을 만드는등 건강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한몫할 것으로 기대했다.늘어나는 젊은 유권자층을 겨냥해 최연소 당무위원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이제 許씨를 무조건 끌어안기도 어렵다.그렇다고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 내용을 모두 인정하고 포기할 수도 없어 어정쩡한 입장이다.
8일 지도위원회의도 『사실 여부를 조사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며 결론을 유보시켰다.변정수(邊禎洙)지도위원을 위원장으로 인권위원회를 만들어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9일 오전 열리는 국회정보위원회에서도 권영해(權寧海)안기부장에게 수사 내용을 확인키로 했다.
8일 許씨 가족들은 許씨가 『간첩 金동식을 만난 일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고 전했다.그러나 검찰이 제시한 金동식의 수첩에는 지난 9월16일 영등포구청 앞 공원 잔디밭에서 許씨를 만났으며 2,3차 접촉 시도는 실패한 것으로 기록 돼 있다는 것이다. 신기하(辛基夏)총무는 『그 사람 수첩에 적혀있다고 무조건 구속하면 나중에 이름을 적어넣어도 걸리는 것 아니냐』면서『검찰 주장을 믿어도 2,3차 접촉은 실패했다는데 구속까지 될사안이냐』고 반문했다.
국민회의는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비화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있다.92년 이선실(李善實)사건으로 대통령선거에서 피해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때문에 許씨 진술이 사실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직자들은 이미 이선실사건에 연루됐던 불고지 혐의자들도모두 사면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치적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으려하고 있다.
그러나 許씨의 주장이 사실이건 아니건 국민회의로서는 상당한 타격을 보지 않을 수 없다.
許씨의 혐의가 국민회의 이미지변신에 장애가 될뿐 아니라 許씨를 내세운 젊은층 공략작전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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