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에 갇힌 아이들] 4. "임대 아파트 사는거 창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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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을 위한 영구임대아파트는 도시의 '섬'과 같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빈곤층 실태조사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빈곤층의 주거 문제다. 인권위는 서울 A임대아파트 단지 주민들을 심층 면접을 했다. 그리고 취재팀과 함께 바로 옆의 일반 B아파트와 비교하면서 주거 환경의 차이가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을 재분석했다. 아래는 두 아파트의 기본 특징이다.

A아파트는 모두 1000여 세대가 거주한다. 주민은 모두 기초생활보장대상자 등 저소득층이다. 이곳 아이들 100여명이 300m 거리에 있는 C초등학교에 다닌다.

반면 B아파트에는 2000여 세대가 거주한다. C초등학교 학생 대다수가 일반아파트 아이들이다.

분석 결과 인근한 두 아파트 주민 간에는 묘한 이질감이 있었다. 이질감은 아이들과 관련한 부분에서 두드러졌다. 우선 학교.복지관 관계자의 증언이다.

"임대아파트와 일반아파트 아이들은 서로 '일반'과 '임대'라 부르며 경계를 짓는다. 이런 구분은 특히 임대아파트 아이들에게 상처가 된다. 한 아이가 '우리보고 임대라고 부르던데 우리가 이상해요?'라고 물어온 적도 있다."(A종합사회복지관 金모 사회복지사) "일반아파트 학부모들이 임대아파트 아이들에게 거부감이 있다는 건 부인하기 힘들다."(C초등 金모 교사) "임대아파트의 아이들이 비행을 많이 저지른다고 주변의 다른 지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같다."(A종합사회복지관 李모 사회복지사)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생각은 이랬다. "단지 내 소아과 병원이 없어 아이들이 아프면 일반아파트의 병원에 가야 한다. 일반아파트 쪽 병원이 차별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李모씨.42) "하루는 손녀가 '우리 아파트가 임대아파트야'라고 묻기에 '아니야, 그냥 아파트야'라고 말해줬다."(張모씨.51) "버스 안내방송이 'A임대아파트 정류장입니다'라고 한다. 중.고생들은 일부러 다음 정거장까지 가서 내린다."(李모씨.55) "요즘 아이들은 학원을 함께 다니면서 친해지는데, 애들을 학원에 보낼 형편이 안 되니 일반 애들과는 멀어질 수밖에."(金모씨.45)

일반아파트 아이들은 이렇게 얘기했다. "임대아파트 애들은 담배도 많이 피우고 술도 많이 먹는대요."(李모양.14) "임대아파트 친구 집에 가본 적이 없어요. 게네들은 우리 아파트에서 자주 놀아요."(崔모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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