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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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부정축재사건 관련,기업인으로는 처음으로 정태수(鄭泰守)한보그룹 총회장이 4일 오후3시 검찰에 출두. 검은색 뉴그랜저 승용차편으로 수행원 2명과 함께 대검 현관에 도착한 鄭씨는 잠시 사진촬영에 응했으나 『盧씨 비자금을 실명전환한 사실이 있느냐』『누가 지시했느냐』『정확한 액수는 얼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함구로 일관했다.
검은색 싱글양복차림의 鄭씨는 눈을 지그시 내리깔고 입술을 굳게 다문 특유의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전혀 동요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鄭씨는 이어 현관에서 수사관들이 잠시 보도진을 제지하는 사이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고 중수부 10층 조사실로 직행.
한편 검찰은 기업인들의 무더기소환이 국가경제에 끼칠 영향을 고려,이날 오전까지도 공개여부를 결정하지 못한채 출두시기.방법등에 대해 고심.
그러나 鄭총회장의 경우 혐의사실이 이미 드러나 있는 상태여서진통끝에 공개소환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후문.이날 오전10시50분쯤 40대초반의 한보그룹 비서실 직원이 鄭총회장의 소환에 앞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노란봉투를 들고 검찰에 나타났으나 취재진들이 몰려들자 『세무회계법인 직원인데 심부름왔을 뿐』이라고 말하고는 줄행랑.
鄭총회장을 수행했던 한보그룹 비서실 고위간부는 『鄭총회장이 어제 오후 이미 충남 당진에서 상경했다는 소문은 잘못된 것』이라며 『오늘 오전 업무를 마치고 서울에 도착,지금까지 대치동 본사에 머물렀다』고 설명.
이 관계자는 『검찰로 오는 도중 차안에서 鄭총회장은 비자금과관련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며 『오해가 있는 부분은 검찰에서 다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
…한편 기업간부 본격소환기사가 일제히 타전된 이날 오전 거평그룹 나선주(羅善柱)대표이사는 대검 기자실을 방문,모일간지에 거평이 盧씨에게 돈을 준 기업주의 하나로 거명된데 대해 강력항의하고 이 기사가 실린 신문의 기획실장.편집국장등 간부와 취재기자를 명예훼손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또 나산그룹도 『盧씨와 대면은 커녕 전화 한번 한 적 없다』 『이현우(李賢雨)씨는 TV에서 처음보았다』고 주장하며 나산을 盧씨에게 돈준 기업명단속에 포함시킨 두 일간지에 대해 고소하 겠다고 발표.
…검찰은 소환방침을 정해 연락을 취하고 있는 배종렬(裵鍾烈)전한양회장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자 3일 출국금지조치한데 이어 4일 모종의 조치를 추가하는등 강력하게 대응.검찰은 이 조치의내용을 설명하며 앞으로 기업인조사에 검찰이 단호 하게 대처할 의지임을 간접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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