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에 ‘황금박쥐’ 서식 … 멸종 위기 야생동물 Ⅰ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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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해발 650m 지점의 용암동굴에서 서식이 확인된 붉은박쥐(일명 황금박쥐)의 앞모습. [제주도 환경자원연구원 제공]

세계자연유산지구인 한라산에서 일명 ‘황금박쥐’로 불리는 붉은박쥐(학명 Myotis formosus)가 연중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 환경자원연구원은 지난 1년 동안 한라산 일대의 박쥐류 분포 특성과 서식환경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천연기념물 제452호인 붉은박쥐 두 마리가 해발 650m 지점 천연동굴에서 동면한 후 활동하는 것을 관찰했다고 22일 밝혔다. 붉은박쥐는 환경부에서 멸종 위기 야생동물Ⅰ급으로 지정·보호하는 희귀 포유류다. ‘황금박쥐’ 또는 ‘오렌지 윗수염박쥐’로 불린다. 환경에 매우 민감해 국내에 모두 200여 마리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로 곤충을 잡아먹으면서 살아 대기오염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환경지표종이다.

붉은박쥐는 우리나라에선 1924년 황해도 해주에서 처음 발견됐다. 제주에서는 79년 한라산 어승생악에서 암컷 한 마리 등 지금까지 다섯 마리가 관찰된 기록이 있지만 태풍 같은 시기에만 제주지역에 유입돼 관찰되는 종으로만 알려졌을 뿐 그동안 연중 서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원은 “지난해 5월 발견된 붉은박쥐가 한라산 용암동굴에서 동면한 뒤 1년 뒤에도 활동한다는 것은 한라산 지역 내 용암동굴의 생태계가 매우 안정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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