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부정축재 사건-기업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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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종현(崔鍾賢)선경그룹회장겸 전경련 회장은 2일 밤 김포공항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은 우리경제를 위해 하루빨리 수습돼야 한다』면서 『전경련회장직은 사임할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崔회장은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왔나.전혀 고려해 보지 않았다』면서 6공말 선경증권 인수과정에 盧씨 비자금 사용설과 관련해 웃으면서 『말도 안되는 소리다.그 문제는 차차 밝혀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해외출장중인 일부 대기업 총수들이 속속 귀국하는 가운데 어떤 총수들은 해외로 전격출국해 관심.구본무(具本茂)LG회장은 2일 한-일프로야구 슈퍼게임 참석차 출국했고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은 2일 귀국일정을 갑자기 바꿔 중국에서 폴 란드로 날아갔다.최종현(崔鍾賢)선경회장과 이건희(李健熙)삼성회장은 예정대로 2일 귀국했다.
비자금사건과 관련,비교적 무풍지대로 알려진 LG의 具회장이 굳이 이런 시점에 일본에 가고 대신 아버지인 구자경(具滋暻)명예회장이 3일 열리는 재계회의에 참석키로 해 시선을 끌었다.
또 대우측은 폴란드와 인수협상중인 FSO사의 급한 요청으로 귀국일정을 닷새정도 늦췄다고 해명.
…선경그룹은 사돈기업들이 1차 검찰소환대상이 되는것 아니냐는보도가 나오자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동방유량도 잠적한 신명수(申明秀)회장이 모처에서 대책을 원격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그룹은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이 2일 아침 대치동 본사에나와 검찰수사등에 대한 대책을 숙의한 뒤 오후에는 당진 철강단지 공사장을 둘러보러 가는등 여유를 보이면서도 전반적으로는 수사방향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한보측은 검찰이 盧 씨 비자금을 실명전환해준 기업이 한보외에 또 있다는 보도에 어디인지 급히 수소문하며 관련 혐의가 함께 희석되길 바라는 눈치.
…현대그룹은 별다른 동요없이 평온한 가운데에서도 내심 긴장속에 사태추이를 지켜보는등 한마디로 정중동(靜中動)의 분위기.
한 관계자는 『기업수사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해야하지만 문제는盧전대통령이지,기업이 아니지 않으냐』며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6공때 어쩔 수 없이 냈던 성금등 외에는 이권에 관련된일이 없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않고 있다』고 설명.
삼성은 비자금 파문이후 계열사별로 자체 점검해본 결과 이 사건과 특별히 관련될만한 일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유를 되찾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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