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前도쿄특수부 검사가와카미 가즈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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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검찰은 법 집행기구입니다.검찰도 인간이므로 여러가지 상황에영향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지나치게 정치적인 고려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본 사법 사상 최초로 전직 총리를 구속시킨 록히드 사건의 담당검사이자 도쿄(東京)지검 특수부장이었던 가와카미가즈오(河上和雄.62)변호사가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사건과 관련,한국의 검찰에 주는 충고다.
일본정계 최대 「거물」을 구속시켜 엄청난 충격파를 몰고왔던 당시 수사검사였던 그를 1일 만나 당시 상황과 盧전대통령사건에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盧전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으로 한국이 떠들썩합니다.구속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검찰의 수사의지와 외압에 대한 확고한 대응이 중요한 때입니다.다나카(田中)전총리 수사때 어려운 점은없었는지요.또 정치권의 압력같은 것이 없었나요.
『록히드사건을 수사할 당시는 미키 다케오(三木武夫)내각이었습니다.미키 총리는 다나카와 같은 자민당 소속이었지만 다나카와는「정적(政敵)」관계였죠.그의 슬로건이 「깨끗한 정치」였기 때문에 검찰에 아무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습니다.만약 다나카와 가까운 사람이 총리였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 모르죠.』 -도쿄지검 특수부는 엄정한 수사로 정평이 나있습니다.비결이 뭡니까.
『일본의 경우 검찰의 신분보장이 잘 돼있습니다.수사에 외부 압력같은 것은 별로 느끼지 않는 편이죠.특히 도쿄지검 특수부의경우 검사들이 비교적 젊기 때문에 인사문제를 의식하지 않고 소신껏 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盧전대통령 수사는 대선자금을 얼마나 모아 누구에게 얼마를 주었는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습니다.이를 완벽하게 파헤칠 경우 또다른 정치적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덮어두자는 일부 의견도 있습니다.이럴경우 검찰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옳습니까.
『검찰은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법 집행 이후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법을 집행한 다음 생기는 혼란은 정치권과 국민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혼란을 우려해 법 집행기관인 검찰이 본분을 소홀 히한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죠.』 -盧전대통령의 경우 전직 국가원수란 점을 감안해 구속후 사면도 검토되고 있는 모양입니다.법의 형평성문제는 없을까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리처드 닉슨 전미대통령이 탄핵에 직면,사임했으나 후임자인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사면했잖습니까.어느 민주국가라도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사면조치는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盧전대통령도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은 분 명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만 있다면 재직 당시의 공적을 감안할 수도 있겠죠.
』 -앞으로 盧전대통령 사건 수사에 있어 한국 검찰이 밝혀내야할 핵심은.
『돈의 출처와 액수,그리고 정치비자금 제공의 대가로 특혜가 있었는지의 여부,누가 그 돈을 관리해왔는가 등을 철저히 밝혀내야 합니다.한국에도 정치자금규제법이 있겠지만, 이를 밝혀내지 못하면 정치자금을 받고 신고를 제대로 안한 죄로 끝날 가능성이있죠.』 ▶1933년 도쿄출생.62세 ▶도쿄대법학부 졸업(56년) ▶현재 홋카이가쿠엔(北海學園)대학교수.변호사 ▶58년 검사임관이후 도쿄지검특수부장 역임 ▶76년 록히드사건 당시 도쿄지검특수부검사로 수사 ▶90년 대검공판부장으로 퇴임 ▶『형사소송의 과제와 그 전망』등 다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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