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소환되기까지-박계동의원 폭로 2주만에 검찰소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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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6공 비자금 폭로는 과연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구속으로 막을 내릴 것인가.민주당 박계동(朴啓東)의원의 폭로후 2주 남짓만인 1일 盧씨는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는 신세가 됐다.
朴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 때 비자금실체의 물증을 폭로한 것은19일.이날 오후 이우근(李祐根)신한은행이사가 서소문지점에 300억원의 차명계좌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파문은 걷잡을수 없이 커져갔다.盧씨측은 『우리는 모르는 일 』이라고 잘라말했다. 이현우(李賢雨)전경호실장은 비자금이 폭로된 뒤에도 자신이 관리하던 돈인지 몰랐다.뒤늦게 비자금의 일부임을 확인하고李씨는 부랴부랴 盧씨에게 이를 알렸다.
李씨는 22일 돌연 검찰에 출두했고 『비자금은 盧씨가 직접 조성했다』고 털어놓았다.『차명계좌가 더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자칫 장기화될 뻔했던 검찰의 수사는 활기를 띠었다.이태진(李泰珍)전경호실 경리과장이 24일 검찰에 소환됐고 얽히고 설킨비자금의 윤곽이 속속 드러났다.
검찰은 동아투금에 268억원의 비자금이,동화은행에 818억원의 비자금이 숨겨져 있음을 추가로 확인했다.盧씨는 27일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盧씨는 『재임기간중 5,000억원을 조성해1,700억원이 남았다』고 밝혔다.사과내용은 다 소 가라앉을줄알았던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비자금의 액수도 액수려니와 조성경위.사용처등 알맹이가 빠진 사과문은 변명으로 일관된 것이다.검찰은 30일 盧씨가 비자금 369억원을 정태수(鄭泰守)한보그룹 총회장을 통해 실 명전환한 사실을 밝혀냈다.
실명제를 어긴 盧씨의 범법사실과 대기업과의 「공생관계」가 드러났다.30일 盧씨는 비자금 소명자료를 검찰에 보냈다.『별 내용이 없다』는게 검찰의 반응이다.검찰은 31일 盧씨측에 소환일자를 공식적으로 통보했다.

<盧씨 비자금 일지> ▶10월19일=박계동의원,盧씨 비자금폭로.이우근 신한은행이사,300억원 차명계좌 확인 ▶22일=이현우 전경호실장 전격 검찰출두 ▶24일=이태진 전경호실경리과장 검찰소환,동아투금에도 268억원 계좌 확인 ▶26일=검찰,동화은행 818억원 비자금확인 ▶27일=盧씨 대국민사과문 발표 ▶29일=검찰,盧씨 369억원 한보그룹 통해 실명전환사실 확인 ▶30일=盧씨측 소명자료 검찰제출,『남은돈 1,857억원』으로 정정 ▶11월1일=검찰,盧씨 1차소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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