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에 열받은 민노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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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만 있는데 자기들끼리 왜 후보를 내느니 마느니 합니까. 우리가 언제 한번이라도 도와달라고 한 적 있습니까."

민주노동당이 26일 열린우리당을 향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열린우리당이 민노당과의 '정책공조'차원에서 權대표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을에 자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가(본지 3월 25일자 1면) 불과 하루 만에 다시 후보를 내기로 번복한 것(본지 3월 26일자 3면)을 두고서다. 늘 만면에 미소를 띠고 웬만해선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 '민노당 신사'로 불리는 권영길 대표도 이번만은 달랐다. "의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했지만 불쾌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정책공조요?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어떻게 정책을 공조할 수 있습니까. 열린우리당은 이념적 노선에서 한나라당.민주당과 다를 바 없는 보수정당일 뿐입니다."

權대표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정책 차이가 샛강 수준이라면, 민노당과 열린우리당의 차이는 한강만큼 넓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종철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의 언론 플레이는 너무도 정략적"이라며 "이솝우화 '여우와 신포도'를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자기 합리화"라고 꼬집었다.

민노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주 중 열린우리당 김두관 경남도지부장에게서 '거제를 양보하면 창원을 지역을 비워두겠다'는 비공식 제의가 왔었다"며 "하지만 보고를 받은 權대표가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그걸로 다 끝났던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민노당은 기존 정당들과 달리 매달 당비를 꼬박꼬박 내는 진성당원들이 지구당별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상향식 공천방식을 예외없이 적용하고 있다"며 "따라서 중앙당이나 당 대표가 일방적으로 후보를 바꿀래야 바꿀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민노당 대변인실도 이날만은 열린우리당에 화력을 집중했다. 김성희 부대변인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지난 24일 "120~130석 정도 확보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을 받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 "탄핵을 규탄하면서 총선과 재신임을 연계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민심을 거스른다는 점에서 탄핵과 총선-재신임 연계는 이음(異音)동의어"라고 비판했다. 김배곤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박승국 의원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것을 겨냥해 "잡탕정당"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정동영 의장은 "민노당의 국회 진출이 사회적 갈등의 안정적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란 믿음에다 마침 마땅한 후보도 찾지 못하던 차여서 선거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며 "하지만 민노당이 부정적 태도를 보여 우리도 곧바로 후보를 내게 됐다"고 해명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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