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부모가 수능 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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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03,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검토위원 가운데 30명이 자격요건에 미달하는 부적격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출제위원 중에는 응시생을 자녀로 둔 대학교수 5명이 포함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학부모가 직접 문제를 출제한 셈이다. 감사원은 26일 이런 내용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수능시험 출제를 관리하는 교육과정평가원의 출제.검토위원 추천 실무진은 출제위원 인력풀을 구성하지 않고 자신들의 인맥이나 정보를 근거로 위원을 추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자격 미달자들이 대거 추천됐으나 관리감독을 맡은 출제연구부장.수능연구본부장 등은 이를 그대로 결재했다는 것이다.

평가원에는 출제.검토위원의 자격심사를 하는 추천심사위원회가 있지만 교육과정평가원 내부 임원들로 구성돼 회의가 열리지 않는 등 유명무실하게 운영돼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2003, 2004학년도 출제위원 12명은 대학 전임강사 이상으로 제한된 자격기준에 못 미치는 시간강사.초빙교수.박사과정자 등이었고 출제.검토위원 가운데 13명은 고교 교사 근무경력이 5년에 미달하는 부적격자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출제위원 가운데 S대학 출신이 58%를 차지하고, 고교 교사 중에서도 수도권 지역 출신이 93%를 차지하는 편중현상이 일어났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 밖에 출제위원 선정.문제 출제.문제지 인쇄.채점과 성적통지.시험 보안관리 등 주요 사항에서 요구되는 관리규정은 아예 없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부실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 8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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