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은행빚에 갈수록 '허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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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중소기업들이 대출을 제때 못 갚고 연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가계대출 연체에 시달리는 마당에 중소기업 연체까지 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들의 중소기업 연체율이 지난해 말에 비해 0.4~1%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은 이 기간 연체율이 3.2%에서 3.8%로 상승했다. 기업은행은 1.8%에서 2.8%로, 우리은행도 2%에서 2.9%로 올랐다.

이 밖에 조흥은행(3.5→4.2%).하나은행(1.8→2.2%).신한은행(1.1→1.5%)도 각각 중소기업 연체율이 상승했다. 이 같은 현상은 중소기업 가운데 내수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며 한계 상황에 이른 소기업과 소호(SOHO)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며 "가계대출 연체보다 중소기업 연체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중소기업 부실채권을 상각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 중 2000억원 이상의 중소기업 부실 채권을 자산관리공사 등에 매각키로 했다. 하나.국민.조흥.기업은행 등도 각각 200억~1000억원 규모를 상각해 연체율을 낮출 방침이다. 은행들은 그러나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중소기업 연체율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1500개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 2월 평균가동률이 67.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보다 0.2%포인트,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2.8%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업종별로는 섬유(63.4%), 가죽.가방.신발(65.7%), 비금속광물(66.7%) 등이 특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기협중앙회는 "올 들어 원유.철강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제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현철.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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