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경쟁부문 ‘눈에 띄는 작품’ 이 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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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올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22편의 영화 가운데 18일(현지시간)까지 9편이 상영됐다. 지난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4개월, 3주, 그리고 2일’처럼 압도적 호평을 받은 영화는 아직 꼽기 어렵다. 개막작인 ‘눈먼 자들의 도시’가 고른 혹평을 받았을 뿐, 나머지 경쟁작은 대체로 엇비슷한 반응을 얻고 있다.

이스라엘 아리 풀만 감독의 ‘바시르와 춤을’은 애니메이션이자 다큐멘터리라는 독특한 형식이 눈길을 끌었다. 10대 후반의 어린 나이로 20여 년 전 레바논 전쟁에 참전했던 주인공이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린 듯 의식 속에서 지워버렸던 당시의 상황을 동료들을 찾아 퍼즐을 맞춰가는 줄거리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빼어난 시각적 표현, 전쟁의 어처구니 없는 면면을 섬세하게 묘사한 것은 호평을 받았지만, 막판에 실제 양민학살사건의 실사화면을 삽입한 데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이탈리아 마리오 가로네 감독의 ‘고모라’는 미국 마피아의 시조 격인 이탈리아 조직범죄를 다룬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라는 점이 화제다. 장난감총이나 갖고 놀 나結?조직원이 되려는 어린 소년부터, 수금원 노릇을 하는 노인까지 범죄세력의 손바닥에서 살아가는 위태로운 삶들이 그려진다. 영화에 따르면 이들 세력의 폭력성은 마약거래는 물론이고 유독성폐기물의 불법투기나 디자이너 명품의상의 비밀하청까지 별별 사업의 배후에 두루 영향력을 미친다. 원작의 저자는 나폴리 출신의 언론인 로베르토 사비아노.

칸=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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