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나응찬 신한은행장.이원조씨 "관련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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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응찬(羅應燦)신한은행장이 노태우(盧泰愚)씨의 비자금을 서소문 지점에 배정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다시금 5,6공 시절의「금융계 황제」 이원조(李源祚)씨 관련 여부가 금융계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6공 중반 무렵인 91년 신한은행장에 취임한 나씨도 당시의 다른 은행장들과 마찬가지로 이씨와 두터운 교분이 있었다.따라서이현우(李賢雨)씨가 비자금의 은신처로 신한은행을 택한 것은 이원조씨의 추천에 의해서였다고 금융계는 보고 있다 .
실제 6공 비자금의 관리인이었던 이원조씨와 나행장의 인연은 이희건(李熙健)신한은행회장이 다리를 놓았다는 것이 금융계의 정설이다. 이회장이 82년 일본에서 자금을 들여와 신한은행을 만들면서 이씨와 친분을 쌓았고 이때부터 이회장의 「오른팔」이었던나행장도 자연스럽게 이씨와 가깝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라면 이씨와 나행장은 10년 이상 친분을 쌓아온 셈이다.이씨의 아들이 91년부터 한동안 신한은행 계열사인 신한리스에 몸담았던 사실도 이씨와 나행장의 친분 관계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현 정권 들어 신한은행이 비자금과 관련해 계속 지목받아온 것이 사실이다.금융계에서는 검찰이 지난해에도 신한은행을 조사했던 것으로 다들 알고 있다.
나행장은 이씨와 친했던 은행장 가운데 현정권들어서도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일하다시피한 인물이다.실제로 안영모(安永模)전동화은행장,박기진(朴基鎭)전제일은행장등 「이원조 사단」이 93년 현정권 출범과 함께 잇따라 물러났다.
또 6공때 이씨등 정치권과 두루두루 밀접했던 이병선(李柄宣)전보람은행장,이현기(李鉉基)전상업은행회장등도 비슷한 때 은행을떠났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이른바 「TK」인 나행장은 서울 선린상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금융계에 투신,대구은행.제일투금을거쳐 신한은행장에 오른 고졸 출신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대구은행 원대동 지점장이던 77년 나행장은 일본 출장 길에 이희건 회장을 처음 만났으며 그해 곧바로 이회장이 설립하는 제일투자금융으로 옮겼다.금융계에서는 큰 돈의 맥을 짚어나가는 나행장의 탁월한 능력이 투금사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 됐을 것으로보고 있다.
나행장은 82년 다시 이회장의 지시를 받고 신한은행 창립을 도맡다시피했다.
나행장은 금융계에서 대인관계가 원만한데다 앞에 나서는 법이 없고 묵묵히 궂은 일을 처리하는 「프로 장사꾼」으로 정평이 나있다.그가 신한은행 창립이래 13년간 장수하는 임원인데도 반감을 갖는 직원을 찾아보기 어렵다.자상한데다 인사를 공평히 하는「신한 신화」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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