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북카페] ‘그해 5월의 광주’ 어찌 잊으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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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8년 만의 약속:
5·18 광주항쟁과 특종의 순간들
이창성 사진, 눈빛, 168쪽, 3만5000원

“매년 5월이면 나는 그들의 형형한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나의 사진기자 30년 세월의 중심에는 언제나 그 푸른 5월의 광주가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5월이 누군가의 마음을 시리게 할 수도 있는 거다. 1980년 5월, 당시 광주에서 벌어진 일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그렇다. 시린 정도가 아니다. 전직 사진기자 이창성씨는 자신의 카메라 렌즈 안에 펄펄 살아 있었으나 세상을 떠난 그 젊은이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이 책은 그가 5·18 민주화 항쟁을 기록한 사진집이다. 26장의 컬러 사진과 100여 점의 흑백 사진이 당시의 광주를 증언한다. 그럼 왜 ‘28년 만의 약속’인가.

당시 사진기자 신분으로 광주에 급파돼 취재 중이던 기자는 “역사를 기록해 후세에 남기겠다”라고 시민군 지휘부를 설득했다. 덕분에 기자는 무장 호위병력과 지프 차량까지 지원받고 시가지를 누비며 당시의 광주 상황을 카메라에 담았다. 항쟁이 진압된 후 시민군 지휘부 요원들은 대부분 사망했다고 한다.

그가 찍은 사진 중 민간인이 계엄군의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은 1995년 지면을 통해 공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자생활을 마감하고 정년퇴직을 한 이후에도 그는 “채무감과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제 그가 약속을 지킨 것이다.

책에 덧붙인 기자의 취재일지는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말해준다. 기자는 말한다. “나는 다만 역사의 기록자로서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있었을 뿐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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