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과거와 싸우다간 미래가 희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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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 첫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대통령, 도미니크 바튼 맥킨지 아태담당 회장, 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 박사,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김경빈 기자]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안병만 전 한국외대 총장) 첫 회의가 14일 청와대에서 열렸다. 국가 미래전략을 짜는 새 정부의 싱크탱크로 ‘21세기형 집현전’을 표방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이 사회는 과거에 얽매이고, 과거와 싸우면서 많은 것을 허비하고 있다. 그래서 희생되는 것은 미래”라며 “신천지를 창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안 위원장과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현인택 고려대 교수 등 28명의 민간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대통령 국제자문위원장에 위촉된 맥킨지의 도미니크 바튼 아태 담당 회장과 국제자문위원에 위촉된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 전 파리정치학교 교수도 회의에 참석했다.

기 소르망 교수는 “한국 문화를 바탕으로 고유의 국가 브랜드를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며 “경제적 능력을 넘어 복지국가로 성급히 가는 것보다 당분간 경제 성장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도미니크 바튼 국제자문위원장은 “과학과 기술 인프라 등 한국의 ‘하드 인프라’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교육과 기업 규제, 법질서와 투명성 등 ‘소프트 인프라’는 선진국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진단했다. “중소기업을 위한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국가 전반적인 위험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안철수 의장), “우리가 만들어 미국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에 한국의 관광지나 제품이 홍보될 수 있도록 하자”(박진영 대표), “서양 문화를 모방하는 게 아니라 제3세계 문화 등 다양한 문화를 포용해야 한다”(사진실 중앙대 교수)는 등 각종 제언이 쏟아졌다.

이 대통령은 안철수 의장과의 대화 도중 KAIST 석좌교수인 안 의장을 ‘교수님’이라고 칭하며 “교수라는 말이 익숙지 않을 것이다. 교수는 원래 별 책임이 없는데 기업인은 책임이 크니까…”라고 뼈있는 말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젊은 세대에겐 의미가 떨어지고, 이들에게 정부 문서는 ‘공자가 문자 쓰는 격’”이라며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소통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난 젊은 사람들의 사고를 배우기 위해 개그 프로를 일부러 유심히 본다”며 “사실 내 생각은 진보적이다. 대선 때는 여느 후보보다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고 분류됐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니 보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건국 60년사는 승리와 성공의 역사”=정옥자 국사편찬위원장은 주제 발표에서 “역사는 자부심과 창조적 활력의 원천이며, 긍정의 역사 인식에서 미래 개척의 정신적·문화적 에너지가 창출된다”며 “이런 관점에서 건국 60년사는 국민 모두의 승리와 성공의 역사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사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악습은 이명박 정부에서는 폐기돼야 한다.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통해 민족과 국가 단위의 응집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글=서승욱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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