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CIA,외국경쟁사 뇌물관행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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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해부터 외국기업들이 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위해 360억달러 규모의 해외 비즈니스에 뇌물을 썼다고 론 브라운 미 상무장관이 지난 목요일 의회에 제출한 문서에서 밝혔다.상당부분이 비밀로 분류돼 있는 이 보고서는 미 중앙정보국 (CIA)의도움으로 작성된 것으로,여러가지 뇌물 유형을 포함해 해외에서 미국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경쟁의 강도와 대응책 마련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보고서는 또 탈냉전 이후 미 CIA의 역할에 있어 하나의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정보기관의 업무를 미국기업들에 대한 외국 경쟁기업들의 잘못을 감시하는데 우선순위를 두는 쪽으로 방향전환을시도하고 있다.CIA 감사관인 프리드릭 히츠 장군은 최근 연설에서 『CIA는 미국기업들의 해외 활동무대를 평탄하게 고르는데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IA는 외국기업들의 뇌물이나 불법행위에 관한 정보는 그러한불공정행위를 중지시키도록 외국정부에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는데 사용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산업스파이가 아니다』는 CIA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지난 2월 외교관 4명을 포함,5명의 미국인에대해 산업스파이 모집 혐의로 추방령을 내렸다.
앞으로 국제입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향후 10년동안 약 1조달러 규모의 해외사업이 국제 입찰에 부쳐질 전망이다.그러나 과거 기록을 더듬어보면 미국기업들의 전망은 그리 밝은 것이 아니다.실제로 지난 8년동안 미국기 업들은 해외입찰경쟁에서 불과 절반 정도만 이겼을 뿐이다.
이번 보고서는 중부 유럽 한 국가에서 유럽기업의 뇌물공세로 인해 미국기업이 수백만달러의 발전소 수주를 놓친 구체적인 사례를 담고있다.
또 한 비밀항목에는 독일 기업 컨소시엄이 대만에 대한 잠수함판매를 중지하는 대신 중국의 대형 수송 프로젝트에서 미국기업을따돌린 사례도 담겨있다.
이 보고서는 결론에서 외국기업들에 의한 뇌물과 부패관행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규정짓고 특히 경쟁국 가운데 프랑스가 가장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또 사업을 따내기 위해 영국은 고위 공무원 방문전략을 자주 이용 하고,일본은금융지원및 원조전략을 즐겨 채택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법률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기업들의 보상제공을 금하고있다.그러나 몇몇 미국기업들은 공무원들의 해외여행 지원이나 중간 브로커 고용을 통해 외국기업과 경쟁하는 방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클린턴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무원들이 국제 비즈니스 로비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외국에 비해서는 아직 뒤떨어진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중 1,000달러당 수출촉진을위해 영국이 25센트를 썼고 프랑스가 17센트이상,일본이 17센트를 사용한 반면 미국은 불과 3센트 밖에 지출하지 않았다고보고서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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