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세월따라>화천 파로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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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물반 고기반」.
월척의 짜릿한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 파로호(破虜湖)는 잉어.
쏘가리.뱀장어와 함께 겨울철 빙어의 산지로 낚시꾼들에게 「낚시천국」으로 인기를 끄는 곳이다.
일산과 월명산.두류산에 에워싸여 북한강으로 꼬리를 내리는 파로호에도 가을이 찾아와 굴참나무와 단풍나무에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다.그런가 하면 파로호를 안고 있는 화천군에는 인근에 평화의 댐.광덕계곡.추곡약수.팔랑폭포등 관광지가 널 려 있어 서정 넘치는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고향이 황해도 은율로 1.4후퇴때 피난 내려와 이곳에서 30년동안 그물로 고기를 잡고 있는 이봉국(李奉國.59.강원도화천군구만리)씨는 『육지속의 바다인 파로호는 수심이 깊은 청정수역으로 아직도 싱싱한 고기를 낚을 수 있어 꾼들의 발길이 사시사철 이어진다』고 자랑이 대단하다.1944년 완공된 화천댐으로 생긴 파로호의 파란 수면밑에는 6.25동란중 육군 6사단이 중공군 3개군을 막아 수몰시켰던 지역으로 그날의 한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말도 말아요.당시 중공군 3개군이 한쪽은 오음리 방향에서,다른 한쪽은 화천읍내 방향에서 떼지어 몰려왔어요.이들 후미를 6사단이 가로 막고 공격을 하니 중공군은 오갈데 없이 좁은 산악도로에서 죽었어요.당시 시체를 미처 치울 수 없 어 불도저로파로호에 쓸어넣었다고 어른들이 얘기하더군요.』 17세때 군에 입대해 30세에 제대했다는 이씨의 파로호에 얽힌 얘기다.파로호에는 그물로 고기 잡을 수 있는 허가를 갖고 있는 사람이 모두22명이다.이들은 오후 2~3시 조그마한 배를 타고 나가 그물을 치고 다음날 오전 5시쯤 건 져올린다.이들이 잡는 고기는 보통 10㎏정도로 부지런히만 하면 생계에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2대째 파로호에서 고기잡이를 생업으로 하고 있는 박영호(朴榮浩.36.강원도화천군용호리)씨는 『예전에는 전마선으로 고기를잡았는데 한명은 노를 젓고 한명은 그물을 건져야 했기에 두명이필요했지만 4~5년전부터 모터보트가 등장,뱃길로 70리 떨어진평화의 댐 밑 비수구미까지 올라가기도 한다』고 말한다.
서울에서 파로호로 가는 길은 ▶포천군 이동~사창리 ▶이동~금화 ▶춘천~오음리 ▶춘천~화천등 4가지 코스가 있다.이중 이동~사창리를 거치는 코스는 백운계곡과 광덕계곡에 곱게 물든 단풍을 볼 수 있으며 춘천을 거치는 코스는 북한강의 호젓한 강변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평화의 댐은 파로호에서 30여㎞,추곡약수는 양구방면으로 20여㎞ 떨어져 있다.1박2일 여정으로 가을의 정취를 맛보기에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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