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전국광역 地震관측망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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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며칠동안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지진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10월초 일본 이즈(伊豆)반도 남쪽 해상,우리나라 동해안의 삼척 앞바다와 울진 앞바다및 중국 탕산(唐山)지역에서 소규모 지진이 일어났는데 그 원인은 각기 다른 것으로 추 정된다.이들지진은 비록 규모와 피해가 작지만 짧은 기간에 연속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미지의 재난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지진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따라서 우리나라는 일반적인 지진피해의 위험에 대한 준비뿐만 아니라 지질학적으로 취약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을지도 모를 거대구조물의 안전에 대해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여야 할 입장이다. 지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서의 지진발생 원인부터 규명해야 한다.극동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나는 지진은 판구조론적 입장에서 볼 때 지구내부 맨틀의 대류운동에 의해 유라시아판,태평양판및 필리핀판이 움직임에 따라 역학적으로 일어나 는 현상이다.따라서 판과 판사이 경계면에 위치한 환태평양대의 일본에서는심한 지진활동이 있게 된다.한반도는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으나 여전히 응력을 받게 돼 있으므로 약한 부분은 균열이 가고 이미균열이 간 대규모 단층대를 따라서는 지진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지진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서는한반도및 주변부의 상세한 지각및 지질구조의 내부상태와 응력상태,그리고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지진의 특성에 대한 상세한 규명이필요하다.불행히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학술정보 가 우리나라에는너무나 부족하다.그러므로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거대 구조물의 내진설계기준도 미국의 설계기준을 원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반도및 주변부의 이와 같은 지진학적.지질학적 자료가 부족한가장 큰 이유는 한반도 전체를 커버하는 고성능 광역지진관측망이없기 때문이다.지진발생은 결코 국지적으로 제한된 현상이 아니라광범위하게 분포된 응력분포및 지각 내부구조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한반도 전체의 지체구조적 특성을 연구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그 기초자료는 오랜 세월에 걸친 지진관측자료로부터 얻어지게 된다.
그런데 현재 기상청에서 운영하는 관측망은 지진발생상황을 급히국민에게 알려주는 경고용으로,그 자료를 연구용으로 전용할 수도없는 실정이다.한국자원연구소가 양산단층 주변부에 소규모 관측망을 가지고 있으나 이는 국지적 관측에 국한될 뿐이다.현재는 고성능 지진계가 제조돼 전세계의 지진다발(多發)지역에서 대단히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고,외국에서는 기존의 관측망도 새로운 지진계로 교체하고 있는 실정이다.관측망을 구성하는 지진계는 수직및두개의 수평성분을 가지고 넓은 주파수의 신호를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경우에 따라서는 기록상의 잡음을 줄이기 위해 수십 또는 수백 깊이의 지하에 이 지진계를 설치하기도 한다.우리도 이러한 고성능 지진계로 남한 전역에 광역지진관측망을 설치해야 한다.실제 관측망 설 치에 소요되는 비용은 수십억원 정도로 정부의 다른 사업규모에 비하면 별로 부담이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는 매번 한반도및 주변에 또는 우리 교포가 많이거주하는 미국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만 사회적으로 잠시 긴장하고 우리도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다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곤 했다.이러 한 어리석음이계속 되풀이돼서는 안될 것이다.이제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정부는 고성능 지진계를 갖춘 전국 광역지진관측망을 구성해 양질의 자료를 축적하고,이들 자료를 바탕으로 본격적 연구를 수행해 지진재난대책을 마련해야 할 책 임이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국 국민의 재산및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며,고성능의 지진관측은 중국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가의 핵실험 감시에도 지대한 역할을 할 것이다.
〈서울대자연대학장.지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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