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면 한국인” 하나 된 세계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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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과 함께하는 ‘다문화축제’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11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렸다. 방글라데시와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외국어대 학생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전통 춤을 추고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11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 작은 ‘지구촌’이 들어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다문화열린사회가 주관하는 ‘이주민과 함께하는 다문화축제’였다.

나라별로 마련된 14개 부스에선 각국 이주민들이 전통 행사를 진행했다. 박현철(39)·울란다리(34·인도네시아 출신) 부부는 지양(8)·영주(4·여)와 함께 인도네시아 부스를 찾았다. 전통 요리를 맛보던 영주는 “이게 엄마 ‘고향의 맛’”이라며 웃었다.

1996년 호주에서 만난 부부는 2년간의 교제 끝에 결혼했다. 하지만 2003년 한국에 온 뒤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실감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불편보다 “아이들은 혼혈인데 어떻게 하나” “불법 체류자 아니냐”는 이웃들의 말 한마디가 더 무서웠다고 한다. 그래도 이날만큼은 축제를 즐겼다. 울란다리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나라’를 알려주고 우리 같은 가족(다문화가정)도 많다는 걸 알게 해주는 소중한 자리”라고 말했다. 박씨도 “한국 사람 모두가 오늘 축제에 모인 분들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필리핀 부스에선 아나벨 망가야(37·경기도 구리)가 아들·딸과 함께 전통 춤사위를 즐기고 있었다. 망가야는 90년 결혼 소개업체를 통해 남편 김영섭(48)씨와 결혼했다. 그는 “애들이 차별과 편견을 견딜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한국 친구들과 잘 어울려 기특하고 고맙다”며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주민과 함께하는 다문화축제’에는 내·외국인 5만 명이 참가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러시아·몽골·베트남·방글라데시 등 14개국 이주민이 행사에 참여했다. 미얀마인들은 전통 소싸움을, 네팔 출신은 전통 성인식을 재연했다.  

글=김진경·김민상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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