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과장 재 방북 北, 핵 신고서 곧 낼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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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 14면

북한 영변의 5㎿ 원자로 바로 옆에는 경주의 첨성대를 연상시키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다. 냉각탑(Cooling Tower)이다. 원자로 가동에 필요한 냉각수를 순환시켜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 시설. 국제사회는 이곳에서 하얀 수증기가 관측되는 것으로 북한의 핵개발 재개 여부를 판단했다.

조만간 그 냉각탑이 ‘장엄하게’ 폭파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생중계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북한의 핵 신고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은 북한이 완전하게 핵 프로그램을 신고(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하면 테러 지원국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중지를 의회에 통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은 또 테러 지원국 해제 통보 24시간 안에 핵 포기 의사를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상징적 차원에서 냉각탑을 폭파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달 22~24일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이 방북했을 때 합의한 내용이다.
성 김 과장이 이번 주 다시 평양을 찾는다. 고위 외교 소식통은 “성 김 과장이 신고 내용에 대한 세밀한 조율을 위해 방북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율이 마무리되면 북한은 곧 중국 측에 신고서를 낸다. 이변이 없을 경우 다음주가 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향후 열흘 또는 보름 사이에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부시 대통령의 테러 지원국 해제 의회 통보→영변 냉각탑 폭파라는 드라마틱한 이벤트가 한반도와 워싱턴에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신고서를 본문과 부속 문서로 나눠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본문에는 1990년 시작된 원자로 가동 일지 등 플루토늄에 대한 신고가 담기고 부록에는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UEP)과 시리아 핵 협력 등 ‘간접 시인’ 방식으로 넘어간 이슈들에 대한 보완책이 담긴다. 북·미 합의에 비판적인 워싱턴 기류를 감안한 조치다.

6자회담은 북한이 중국에 신고서를 제출한 뒤 나머지 4개국이 회람하는 절차를 거쳐 5월 말께 열릴 예정이다. 냉각탑 폭파까지 순조롭게 이행되면 북핵 문제는 한 단계 큰 걸음을 내딛게 된다. 국제사회의 북한 이미지도 제고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이후 돌입할 3단계, 즉 신고서 검증과 핵 폐기 과정은 지금까지와 차원을 달리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지난주
28일 김숙 6자회담 수석대표 방미, 6자회담 협의
1일 이명박 대통령,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 수석비서관 사표 수리
 
▶이번주
6일 고위당정협의회=광우병 종합대책 마련
7일 국회 농해수위,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 청문회
8~9일 국회 대정부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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