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 물 건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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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KBS 수신료 인상안의 17대 국회 처리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28일과 29일 이틀에 걸쳐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KBS 수신료 인상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KBS 수신료 인상안은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5월 29일로 임기가 끝나는 17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마무리 짓기는 힘들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일부 의원들은 공청회라도 연 뒤 그 결과를 다음 국회에 넘기자는 의견을 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법안심사 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통합민주당 정청래 의원 측은 “이론적으로는 다음 달 14일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전에 법안심사소위를 열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추가 회의 개최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광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 측도 “계속 논의키로 했지만, 수신료 안은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27년 만에 국회에 상정된 수신료 인상안이 자동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특히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에서 처리되기 어려워짐에 따라 정연주 KBS 사장의 거취까지 주목 받고 있다. 현재 KBS 노조는 수신료 인상 실패 등의 책임을 물어 ‘정연주 사장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수신료 인상은 정 사장의 숙원 사업이었다. 하지만 17대 국회와 달리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한 18대 국회에서 정연주 사장 주도로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키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수신료 문제는 반드시 공영방송 구조 개편과 맞물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공영방송 시스템을 다시 세우는 국가기간방송법과 수신료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게 당과 이명박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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