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리아 핵시설 폭격 뒤에도 협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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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02면

미 정보 당국이 24일(현지시간) 북한과 시리아의 핵 협력 증거가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미 의회에 공개하면서 북핵 문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미 정보 당국은 25일에도 자료를 내고 “시리아 핵시설 피격 후에도 북한의 핵 관리들이 그 자리에 있었고, 그들은 뒤처리를 도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 숀 매코맥 대변인은 “북한이 핵 재고량과 핵확산 활동에 대해 완전하게 공개토록 한 의무를 충족하면 미국은 ‘사실’들과 ‘다른 요소’들을 평가하고 법적 문제들을 검토, 테러지원국 삭제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를 계속 진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이 지난해 핵 협력 관련 정보를 북측에 브리핑했다고 밝혔다.

美, 추가 증거 제시하며 검증 강화 의지 … 강경파 의식한 행보

압박과 포용이 혼재된 이 같은 기류에 대해 외교 소식통들은 “싱가포르 북·미 잠정 합의를 둘러싼 강·온파 간 힘겨루기로 파생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위 소식통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등 협상파들이 강경 기류를 의식해 북한의 플루토늄 검증 조항을 강화하는 등 나름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성 김 미 국무부 한국 과장의 방북과 북-시리아 핵 협력 증거 공개 등은 그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25일 “임기 말까지 대북 강·온파 간 대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미는 지난 8일 싱가포르에서 양자 협의를 열고 북한의 시리아 핵 협력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활동 등 미국이 제기하는 우려에 대해 북한이 ‘인정한다(acknowledge)’는 선에서 핵 의혹을 ‘간접 시인’하고 미국은 검증이 완료되기 전이라도 북한을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북한은 회담이 끝난 뒤 “긍정적인 회담”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선 달랐다. “북한더러 신고하라고 했지, 미국이 신고하라고 했느냐”는 유의 비판이 일었고,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리 정부 당국자 사이에서도 강경 기류 부상이 6자회담의 진로를 되돌릴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힐 차관보의 추천으로 주한 미 대사로 내정된 캐슬린 스티븐스의 상원 본회의 인준이 23일 샘 브라운백(공화) 의원의 반대로 보류됐다. 브라운백 의원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스티븐스 내정자가 분명한 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힐 차관보의 대북 협상 스타일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표출된 것이란 말도 나온다.

힐 차관보는 25일 “성 김 일행이 평양에서 북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와 관련해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 “방북 목적은 플루토늄 논의로, 6자회담 당사국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약속과 언질도 감시와 검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검증을 강조했다. UEP 의혹 해소와 관련해 미국은 6자회담 내 북한의 UEP 문제를 상시 감시(모니터)하는 하위 기구를 두고 계속 다뤄 나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6일 북-시리아 핵 협력 증거 공개가 6자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북한이 거증 해명해야 할 책임이 있고 북한은 검증·모니터링 절차를 통해 의혹을 해소해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핵 전문가인 존 울프스탈은 “미국이 제시한 증거들은 시리아가 핵 원자로를 건설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지만 북한이 시리아를 도운 것은 분명히 설명하지 못한다”면서 “영변과 시리아 핵시설의 모델인 영국형 원자로는 (북한의 지원이 없어도) 인터넷으로도 구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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