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현호 '약 주고 병 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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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 선수가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걱정됩니다."

전자랜드와 삼성의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최종 3차전을 TV로 지켜본 TG 삼보 전창진 감독은 관전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삼성은 거의 다 이긴 경기를 이현호(24)의 뼈아픈 실책 하나로 내주고 말았다. 파워 포워드 이현호는 1m91㎝의 키에 탄력과 스피드를 갖춰 올 시즌 교체 멤버로 활약하며 신인왕에 오른 유망주다.

지난 17일 전자랜드와의 3차전에서도 이현호는 '신인왕답다'는 찬사를 받았다. 3쿼터 중반 5반칙 퇴장당한 김택훈 대신 투입돼 71-73으로 뒤지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 골밑슛을 성공시켰고, 연장전 첫 골까지 넣어 전자랜드 관중석을 잠재웠다. 다급해진 전자랜드의 문경은.앨버트 화이트.조동현은 계속 3점슛을 던졌으나 불발했고, 종료 3초 전 문경은의 마지막 3점슛마저 림을 튕겨나왔을 때는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 '사건'이 일어났다.

이현호가 엔드라인 밖으로 나가는 공을 한 손으로 낚아채 코트 안으로 던진 공이 공교롭게도 3점슛 선상에 있었던 전자랜드 화이트의 손에 정확히 떨어진 것이다. 마치 자기 편의 패스를 받은 듯 공을 잡은 화이트의 3점슛은 깨끗하게 림을 통과했다. 80-80. 삼성은 결국 2차 연장전에서 87-91로 져 4강 직전에서 분루를 삼켰다.

삼성 김동광 감독은 18일 "80-75로 5점이나 이기고 공격권을 잡았을 때 선수들에게 작전타임을 부르라고 소리쳤지만 흥분한 선수들이 서둘다가 끝내기에 실패했다"면서 "현호는 외곽슛만 가다듬으면 대성할 선수"라고 감싸안았다.

팀 창단 후 처음 4강 진출에 성공한 전자랜드는 정규리그 우승팀 TG 삼보와 20일부터 5전 3선승제의 4강전을 치른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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