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윤석민 철벽투 … 호랑이, 열흘 만에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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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잠실 LG전에서 7연패 끝에 첫 승리의 맛을 본 KIA 최희섭<右>과 한기주<中> 등이 경기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KIA는 전날 LG에 9-10으로 역전패당한 수모를 이날 1-0 으로 되갚았다. [뉴시스]

KIA 윤석민

LG-KIA 경기가 열린 16일 잠실구장.

경기 전 양쪽 선수단의 분위기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전날 8-4로 앞서던 9회 초 5점을 내줘 8-9로 역전당했다가 9회 말 끝내기 몸에 맞는 볼로 재역전승을 일군 LG 덕아웃은 활기가 넘쳤다. 반면 9회 5점을 뽑고도 역전패를 당해 7연패에 빠진 KIA 벤치는 무거운 침묵 속이었다.

KIA의 훈련 도중 3루 측 원정 응원석에 응원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타이거즈를 믿습니다’. 롯데 팬들 못지않게 열성인 KIA 팬들은 선수들에게 질타보다는 격려를 택했다. KIA 선수들의 눈에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그 투지는 승리로 이어졌다. 1점 차 승리라 더욱 짜릿했다.

승부는 4회에 갈렸다. 선두 장성호가 내야 안타를 치고 나가 2루 도루에 성공했다. 그러자 김주형이 중전 적시타로 결승점을 뽑았다. 전날 시즌 첫 홈런 포함 5타수 4안타를 몰아친 김주형은 이틀 연속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더 큰 승리의 주역은 선발투수 윤석민이었다. 윤석민은 7이닝을 5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의 주춧돌을 놓았다. 최고 시속 149㎞의 이르는 빠른 공으로 LG를 압박하다가 특유의 예리한 슬라이더로 범타를 유도했다. 삼진은 4개를 잡았다.

윤석민은 LG 타자들에게 3루 진출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더 던질 수도 있었지만 다음 등판을 위해 7회 마운드를 내려왔다. 전날 세이브 기회에서 역전패를 당한 마무리 투수 한기주는 8회 2사에 등판, 1과3분의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다.

KIA로선 열흘 만에 맛보는 꿀맛 같은 승리였지만 LG 징크스에 울던 윤석민의 기쁨은 더 컸다. 4년차 윤석민은 전날까지 16승(30패)을 기록했으나 프로 데뷔 후 LG전에선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두산을 상대로 잘 던져 곰사냥꾼이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LG전에서는 잘 안됐다.

그는 “무엇보다 팀 연패를 끊어 기쁘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연패가 이어지더라도 관계없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던졌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포수 차일목의 리드가 좋았고 야수들의 수비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6연패를 당하던 LG 징크스를 깨서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김재박 LG 감독은 “윤석민이 너무 잘 던져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게임이었다”고 했다.

청주 경기에서는 한화가 모처럼 투타에서 안정적인 전력을 뽐내며 8-1로 승리했다. 선발 정민철은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고 2연패 뒤에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정민철은 “이전 등판에서는 내가 납득하지 못할 정도로 부진했는데 그래도 믿고 내보내 주신 감독님께 감사를 드린다. 투수는 스피드보다 볼 끝이다. 오늘은 볼 끝이 나름대로 좋았다”고 말했다.

인천에서는 SK가 삼성을 7-6으로 꺾고 3연승, 단독 선두에 올랐다. 부산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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