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끄는 외국인 발길] 대만증시 '팔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대만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주식을 내다팔면서 이것이 외국인들의 '셀 아시아(Sell Asia)'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인들은 대만에서 지난 10일 이후 5일간 12억3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16일에는 6억8000만달러(약 8000억원)어치를 팔아 역대 최고 순매도를 기록했다. 우려가 증폭된 것은 같은 기간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에서도 대만보다 규모는 작지만 1억6000만달러(약 19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대만의 상황은 대만에 국한된 것으로 한국과 기타 아시아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17일 미국 증시의 반등으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증시가 동반 상승했지만 대만은 오히려 소폭 하락한 것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20일로 예정된 대만의 총통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점은 한국과 비슷하다"며 "한국은 탄핵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제한적인데 반해 대만은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만 증시에서 정보기술(IT)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정도 미국 나스닥 등락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다. 이와 함께 지난해 대만 증시가 한국보다 더 많이 올랐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정치적 불안 외에 외국인들이 싱가포르에 상장된 대만 블루칩 선물지수와 대만의 현물가격과의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가 이번 순매도의 주요 원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그럴 경우 대만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도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권에 대한 '팔자'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