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육계 우익 입김 세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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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일본 교육 당국들이 우경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교육 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등 우익단체들의 역사왜곡.우익화 공세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대입문제 출제자 공개=문부과학성은 최근 2004학년도 대학입시센터 시험문제(1월 실시) 출제자 이름을 출제위원 임기(2년) 후 모두 공개키로 했다. 대입센터는 우리의 수능 출제기관과 같은 기관이다. 문부과학성은 "교육계의 정보 공개 요청에 따른 것"이란 이유를 달았지만 실제론 올해 대입센터가 만든 세계사 문제가 발단이 됐다.

4지 선다형으로 '일본 통치하의 조선'이란 문제가 출제돼 '(조선 반도에서) 일본에 강제연행이 이뤄졌다'가 정답으로 처리됐다.

그러자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은 지난 1월 "강제연행은 태평양전쟁 뒤 일본을 규탄하기 위해 만든 정치적 말"이라며 문부과학성에 출제자 공개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자민당의 '일본의 미래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 모임'은 역사교과서에서 강제연행이란 표현을 뺄 것을 요구하는 등 더욱 거세게 나왔다. T대학 교수는 17일 이에 대해 "과목당 문제 출제자는 20명 정도인데, 공개하면 출제자가 누구인지 다 알게 돼 개인 공격이 이뤄지고 학문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말했다.

우익의 역사왜곡이 한층 심화된 이야기다. 신문에는 "일제의 한국.중국 노동자 강제연행과 강제노동은 역사적 사실이고, 출제자 공개는 교육에 대한 부당 압력을 금지한 교육기본법에 어긋난다"는 등의 비판 투고가 실렸다.

◇국기 기립, 국가 제창 강요=최근 졸업식에서 교사.학생이 히노마루(일본 국기)를 향해 기립하고 기미가요(일본 국가)를 부를 것을 의무화한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이를 따르지 않는 교사.학생이 많은 도립학교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일제의 상징이던 기미가요.히노마루는 1999년 문부과학성에 의해 다시 국가.국기로 정해졌다. 문부과학성은 학교 졸업.입학식에서 국기 기립.국가 제창을 권유해 왔지만 많은 교사는 "제국주의 산물"이라며 거부했다. 그러자 우익 인사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가 지사인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기립.제창을 의무화하고 졸업식에 직원을 보내 감시해 왔다.

그래도 따르지 않는 교사.학생이 많자 16일 "학생이 국가.국기를 존중하지 않는 것은 교사들의 지도 잘못이다.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교사의 관여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이름 공개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많은 교사는 "교사를 압박해 학생에게서 양심.행동의 자유를 뺏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도쿄도 교사 220여명은 올해 초 "국가 제창.국기 기립 의무는 사상.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위반"이라고 소송을 낸 바 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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