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파문-검찰수사 어떻게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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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직 대통령 비자금 4천억원의 실존 여부수사에 대해 난색을 표하던 검찰이 법무장관의 지시로 조사에 착수함으로써 수사의 범위와 수사결과에 따른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검찰이 칼을 뽑아들면 어떤 형태로든 진상을 규명해야하고 비자금을 찾기 위해선 가.차명 계좌를 전부 뒤져야 하는등 경제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어 수사착수를 주저해 왔다』고 말했다.더구나 현재 금융권의 가.차명계좌 액수는 10조원을 넘어 이를 수사하는데만 6개월~1년이 걸린다는게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우여곡절끝에 검찰이 조사에 나섬에 따라 서석재(徐錫宰)前총무처장관에 대한 소환조사 여부가 관심을 끈다.참고인 조사수준이겠지만 徐前장관의 진술여하에 따라 수사의 폭이 결정되기 때문이다.하지만 徐前장관은 이미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대로 『아는 사람으로부터 들은 소문에 불과하다』고 진술할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검찰이 발설자를 찾아 조사한뒤「근거 없다」고 발표한다해도 이를 믿어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정치자금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빗발치는 여론도 문제지만 조사를 않고 넘어갈경우 현정부에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할게 뻔하기 때문이다.검찰은 4천억원의 비자금이 존재한다면 이는 5共보다는 6共과 관련성 이 많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한 근거로 ▲93년2월 동화은행 안영모(安永模)前행장 비자금조성사건과▲같은해 4월 율곡사업비리수사를 꼽는다.이미 수사가 마무리된 동화은행 사건의 경우 검찰이 8백억원대에 정치자금을 포착했고 이중 일부는 5,6共 실세 들에게 전달된 사실이 확인됐다는게 검찰 주변의 정설이다.
검찰은 그러나 엄청난 액수의 정치자금 마련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원조(李源祚)씨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포기,현정치권과의 관련성에 대한 의혹을 오히려 키웠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율곡사업비리 수사도 내로라 하는 6共 실세들이 모두 사법처리됐지만 사건의 핵심인 김종휘(金宗輝.前청와대외교안보수석)씨가 미국으로 도피해 사건의 전모는 미궁에 빠져 있는 상태다.
검찰이 비자금 존재를 확인할 경우 자금 조성경위와 제공자는 물론 뇌물 여부등 자금의 성격까지 밝혀내야 한다.만일 뇌물로 드러나면 특가법상의 뇌물수수죄(5천만원이상 경우 공소시효 10년)로 처벌이 가능하다.비자금 조성경위에 따라선 탈세 여부도 따질 수 있다.
〈崔熒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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