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香肉-향기나는 고기 개고기를 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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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중국 사람들은 「개고기」를 香肉(향기나는 고기)이라 부른다.
물론 「구육(狗肉)」이라고도 한다.개고기에서 향기를 느낄 정도니 그들이 얼마나 개고기를 즐겨 먹는지 알 수 있다.우리도 개고기를 즐기지만 사실 개고기의 원조(元祖)는 중국 이다.
개고기는 주(周)나라 때부터 왕실 팔진미(王室 八珍味)의 하나로 꼽혀 황제가 햇곡식을 시식(試食)할 때 빠져서는 안될 요리였다.이 때문에 궁중에 「견인(犬人)」이라는 전문요리사까지 두었는데 우리 말로 하면「개같은 ×」다.전문 요리 서 『삼육경(三六經)』은 3과 6의 합인 9가 「狗」와 발음이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독일 제국의 카이저 빌헬름2세가 민국(民國)초의 대총통 원세개(袁世凱)에게 사냥개를 한마리 선물했는데 후에 원세개로부터 『잘 먹었다』는 전문을 받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들이 개고기를 중시한 것은 보신(補身)관념 때문이다.명(明)나라 말기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황구(黃狗)의 보신 효과가 뛰어나다고 돼 있다.
그래서 그들은 개도 등급을 매겨 「일황이흑삼화사백(一黃二黑三花四白)」으로 나눈다.즉 첫째가 누렁이,둘째가 검둥이,셋째가 바둑이,넷째가 흰둥이라는 것이다.하지만 무조건 먹어서는 효과가없다.그들에 따르면 갓난 개는 정력에,어린 개는 보혈(補血)에,늙은 개는 신경통에 각각 좋다고 한다.이쯤 되니 우리보다 확실히 한 수 위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부터 개고기를 즐겨 먹었다.특히 복(伏)날에 많이 먹었는데 땀을 너무 많이 흘려 기력이 약해졌으므로 원기를 보충하기 위해서였다.요즘 무척 덥다.개 수난시대(受難時代)가 온 것 같다.
鄭 錫 元 〈한양大 중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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