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도 위자료 지급 책임있다-남편번돈 독차지 병들자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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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아내로부터도 위자료를 받아낼 수 있을까.
고령의 A씨(87.서울거주)가 30년 아래의 B씨(58)를 새로운 인생의 반려자로 맞은 것은 지난 80년.부인과 사별했던A씨는 중매로 B씨를 만나게 됐다.한의사로 일하면서 높은 소득을 올렸던 A씨는 한약방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 으면서 자신의수입을 알뜰히 관리해주는 아내가 대견스러워 재산관리를 고스란히아내에게 넘겼다.
아내는 남편이 번 돈으로 자신명의의 2억원대 부동산을 구입했고 1억원이 넘는 예금도 자신의 명의로 가입했다.
A씨는 그러나 5년전 갑자기 풍이 들어 두 다리가 마비되고 말았다. A씨에 따르면 아내는 그때부터 태도가 돌변,냉랭해지더니 급기야 지난해엔 『바람쐬러 가자』며 지방에 사는 딸네집으로데려간뒤 A씨를 딸에게 떠넘겨버렸다.그후 자신을 데려가기를 회피한 아내 때문에 A씨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난 8남매 집을 전전하다 딸이 구해준 셋방에서 혼자 지내야했다.결국 A씨는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과 함께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재판장 李太云부장판사)는 5일 『두 사람은 이혼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위자료 2천만원과 재산분할에 따른 1억7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재판부는 『피고는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자녀들의 집에 맡긴 채 제대로 돌보지 않는등 부인으로서의 의무를 게을리해 가정의 파탄을 초래한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이번 판결은 이례적으로 아내에게 위자료 지급책임을 지운 것이어서 주목된다.
〈張世政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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