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실수로 가슴 절제 여성에 395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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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모(42·여)씨의 경우 2005년 7월 정기 건강검진에서 오른쪽 유방에 팥알 크기의 종양이 발견됐다. 그는 석 달 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담당 의사는 유방 초음파검사와 조직검사 결과 유방암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의사와 상의한 끝에 유방절제 수술을 하기로 했다.

김씨는 좀 더 확실한 진단을 받아보자는 생각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 서울대병원 담당 의사도 유방암으로 진단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의 조직검사 결과와 진단서를 믿은 것이다. 김씨는 서울대병원에서 오른쪽 유방의 4분의 1을 절제했다.

그러나 수술 3주 뒤 원래 유방암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신촌세브란스병원 병리과 의료진이 암으로 오진한 것이다. 의료진이 김씨의 조직검사 원본 슬라이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암세포를 갖고 있던 다른 환자의 조직 검체에 실수로 김씨의 라벨을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성을 상징하는 유방을 잘라낸 김씨는 지난해 7월 두 대학병원의 학교법인과 담당 의사들을 상대로 1억3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이병로 부장판사)는 “연세대는 김씨의 유방 복원을 위한 수술비와 위자료 등으로 395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신촌세브란스병원의 과실 책임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서울대가 세브란스병원의 검사결과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방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유방 재건 및 흉터 제거에 들어가는 수술비 1450만원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2500만원 등 모두 3950만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산정했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이율 변호사는 “유방절제 수술을 받은 뒤 2년 넘게 김씨와 그 가족이 겪어온 고통에 비하면 손해배상액 4000만원은 너무 적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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