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장외 투런 … 거인 방망이, 사자 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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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주포 이대호가 8일 삼성과의 원정경기 3회 초 1사 2루에서 투런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대구구장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30m의 대형 홈런이었다. [대구=연합뉴스]

개막 3주 차에 들어서도 롯데의 방망이는 식을 줄을 몰랐다. 그것도 한 번 불붙으면 활화산같이 타올랐다.

롯데가 8일 프로야구 대구 경기에서 홈런 2개를 포함, 장단 12안타(5볼넷)의 맹공으로 삼성을 9-5로 꺾었다.

7승2패의 고공비행을 계속하며 삼성(6승3패)을 밀어내고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특히 롯데는 그동안 삼성과의 역대 전적에서 178승11무294패를 기록할 만큼 약했지만 시즌 첫 대결에서 상큼한 승리를 거뒀다.

잠실경기에서는 한화가 두산을 4-3으로 이겼다. 1년6개월여 만에 선발승을 신고한 한화 송진우는 자신이 갖고 있던 최고령 선발승 및 승리투수 기록을 42세 1개월23일로 늘렸다. 통산 승수도 204승이 됐다.

선수 시절 롯데를 상대로 특정 팀 상대 최다 연승 기록(20연승·1988년 8월 11일~1995년 9월 26일)을 작성했던 선동열 삼성 감독은 달라진 롯데 화력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이날 경기는 창(롯데)과 방패(삼성)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전날까지 공동 선두였던 양팀의 팀 컬러는 극명하게 대조됐다. 삼성은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2점대(2.5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반면 롯데는 홈런 1위(10개)와 3할대(0.304) 팀타율로 맞섰다.

선취점은 삼성이 올렸다. 삼성은 1회 말 공격에서 박진만의 희생플라이로 1-0으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롯데의 더그아웃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2회 초 2사 만루에서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만든 롯데는 3회 해결사 이대호의 한 방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대호는 1-1로 맞선 3회 초 1사 2루에서 삼성 선발 윤성환의 한가운데 몰린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좌측 펜스를 넘겼다. 새카맣게 날아간 타구는 대구 밤하늘을 가로질러 구장 밖으로 사라졌다. 비거리 130m짜리 역전 투런 홈런.

사기가 오른 롯데는 5회 초 5안타 1볼넷을 묶어 4득점, 7-1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7-4로 추격당한 7회에는 외국인 가르시아가 우월 투런 아치를 그려내며 점수 차를 벌렸다. 시즌 4호 홈런의 가르시아는 홈런 단독 1위로 뛰쳐나갔다. 롯데 선발 장원준은 선발 5이닝 동안 4실점하고도 시즌 2승째를 챙겼다.

한편 서재응(KIA)·김선우(두산) 등 ‘돌아온 메이저리거’들은 시즌 두번째 등판에서 나란히 호투를 펼치고도 타선의 지원 부족으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서재응은 광주 SK전에서 선발 8이닝을 8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잘 던졌다. 하지만 1-1 동점이던 9회 교체돼 첫 승 신고를 다음으로 미뤘다. SK는 연장 10회 초 2사 후 터진 대타 모창민의 솔로포에 힘입어 2-1로 힘겨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2일 데뷔전에서 실망을 안긴 김선우는 이날 잠실 한화전에서 6이닝 3실점(2자책)으로 한국 무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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