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협정42주년 원로장성6명 워싱턴 현지 放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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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전 휴전 42주년을 맞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제막식등 한국관련 행사가 26일부터 29일까지 4일동안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빌 클린턴 美대통령의 韓美정상회담과 때맞춰 열리는 이 행사는 金대통령과 클린턴대통령등 각료급 주요인사를 포함,양국에서 50만명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축제가 될 전망이다.과거 한국전에서 용맹을 떨친 미국인 참전용사들과 기념공원 설계자를 만나 미국의 수도에서 열리는 이 역사적인 축제의 의미를 정리한다.
[편집자註] -판문점 휴전협정은 어떻게 조인됐는가.
『정확히 1953년 7월27일 오전10시 협정이 서명됐고 실제로 이날 오후 10시에 최종적으로 전쟁이 끝났다.북한의 남침개시 후 3년1개월여만에 포성이 멈춘 것이다.당시 휴전은 공산군측도 원했고 유엔군측에서도 원했다.전쟁 발발 1 년이 경과한51년6월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쌍방은 휴전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정부는 휴전을 원하지 않았다는데.
『휴전이 급속도로 진전된 것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대통령이 52년 대통령선거에서 한반도휴전을 공약으로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부터였다.아이젠하워대통령이 52년12월 한국을 방문한 뒤 협상이 급진전되기 시작했다.당시 이 승만(李承晩)대통령은 통일없는 휴전이란 있을 수 없다며 휴전을 반대했다.
아이젠하워대통령은 휴전협정 조인 직전인 7월 초 로버트슨 국무부 극동담당차관보를 서울에 보내 3주동안에 걸쳐 李대통령을 설득했다. 李대통령은 로버트슨차관보의 한 국안보 보장 확언을 듣고 나서야 휴전에 동의했다.』 -42년간 전투가 재발하지 않았으니 이는 이미 한국전이 종전(終戰)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종전이라니 어림없는 말이다(참석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반박).종전이란 북한 공산당이 주장하는 것일뿐이다.6.25를 누가 일으켰으며 뺨을 맞은 것이 누군데 종전인가.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종전이란 북한이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 체하기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개념정립의 하나로 간주,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다.휴전협정은 북한과 미국이 지금까지 서명한각종 합의에서 유일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이를 결코 함부로할 수 없다.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서 다뤄야 할 것이다.』 -휴전협정은 성공작이라고 보는가.
『북한은 휴전협정 2년동안 5만건에 육박하는 협정위반을 저질렀다.그들에게 협정을 지킬 의사나 있는지 묻고 싶다.북한은 42년전이나 지금이나 공산통일원칙에서 달라지지 않았다.북한의 대남기본정책은 대한민국을 제압하고 공산통일을 하는 것이다.』 -북한은 휴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를 요구하고 있다.그리고 평화협정을 미국과의 협정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휴전협정 서명 당사자가 아니라는 북한측 주장은 억지다.한국군은 휴전협상 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가했으므로 한국은 유엔군의 일원으로 엄연한 서명 당사국이다.휴전협정 문구에 한국의 이름이 없지만,북한남침 직후에 있었던 한국 과 유엔군간의 대전협정에서 한국군은 유엔군에 작전지휘권을 이양했다.이는 한국군이 유엔군의 일원임을 증명하는 것이다.작전통제권 이양은 한국군뿐 아니라 영국군등 다른 15개 참전군이 같이 행한 조치다.미국의 마크 클라크대장이 휴전협정에 서명한 것은 유엔군 대표로서 한 것이지 미국이 북한과 휴전협정에 당사자로 서명한 것이 아니었다.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다른 나라와 조약을체결할때 NATO군사령관인 미국장군이 서명한다.그러나 그 조약의 서명당사자가 미국이라 고 하지는 않는다.』 휴전협정체결 42주년을 맞아 2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제막식에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중인 한국군 원로예비역장성6명은 정전협정의 의미와 안보를 염려하는 방담을 지난 24일 가졌다.이들 원로 장성은 최근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을 들고 나오는 등 종전협정체제 무력화를 기도하는 한편,대한민국을 따돌리고 미국과 직거래를 추구하는 등 교활한 책동을 벌이고 있다며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휴전협상당시 한국군대표였던 백선엽( 白善燁.75)예비역 육군대장을 비롯,휴전협정체결후 판문점군사정전위 한국측 수석대표를 지낸 유병현(柳炳賢.
71)예비역 육군대장.장지량(張志良.70)예비역 공군중장.김동호(金東皓.64)예비역공군소장 등 정전협정과 직접 연관이 있는예 비역 장성들과 이종호(李種浩.65)예비역해군중장.유양수(柳陽洙.72)예비역 육군준장등은 특히 통일은 반드시 우리의 손으로 이룩해야 하며 외세를 빌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원로장성들은 아울러 안보불감증 내지 안보무관심증이 만연한 요즘 세태를 개탄하고 온국민의 안보의식 강화를 강조했다.
[편집자註] -北-美 직접교섭을 주장하는 북한의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북한은 유엔이 서명당사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북한이 이미 유엔에 가입한 이상 유엔과 교전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그래서 휴전협정을 北-美간의 협정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북한이 얻을 이득은 무엇인가.
『북한이 미국을 서명 당사자로 몰아가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휴전협정이 유엔군과의 협정이 아닌 것으로 용인될 경우 미군의 한국주둔 근거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궁극적으로 주한(駐韓)미군을 철수시키고 이어 남쪽을 점령하려는 기만전 술이다.』-韓美간에 북측의 평화협정을 재고하는 분위기가 있다.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정통성을 분쇄,대외정책에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목적이다.북한은 지난 42년간 한번도 대한민국을 인정한 적이 없다.국력면에서나,전쟁의 피해당사자라는 입장에서나 북한이 미국과 직거래하려는 것은 언제나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北-美간 평화협정이 통일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가.
『통일은 우리가 하는 것이다.어떤 외세의 힘이나 도움으로 통일을 해서는 안된다.통일은 우리의 문제다.』 -북한의 전쟁수행능력은. 『현재의 북한군사력은 전쟁을 일으킬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그러나 이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능력은 없는 것으로 본다.국력이나 군사력으로 보아 전쟁수행능력은 한국이 앞서고 있다. 전쟁의 시작은 북한에 달려있으나 승패는 한국의 손에 달려 있다. 그러나 북한이 승리할 수 없다고 해서 전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 한국의 문제다.
그래서 항상 군사준비태세를 게을리해선 안되는 것이다.』 -북한에 전쟁재발 의도가 있다고 보는가.
『전쟁개시결정에는 능력과 의도가 모두 작용한다.능력과 의도는그러나 사실상 서로 차이가 있다.
능력은 객관적으로 측정이 되지만 의도는 전혀 알수 없는 것이다.군사교범에 모든 군사대비태세는 의도가 아닌 능력에 맞추어 이뤄져야 한다고 돼 있다.즉 의도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상대하라고 돼 있다.북한의 대남군사정책은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북한의 남침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韓美 양군간의 북한군남침에 대한 대응능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韓美상호방위조약이 있고 유엔이 있다.걸프戰에서 보여준 미국의 군사기동능력과 미군의 침략군에 대한격퇴 및 보복능력을 북한도 아주 잘 알고 있다.그러나 이같은 북한군 남침에 대한 대응은 한국군과 미군의 군사적 보복능력에만기대서는 안된다.국민 개개인에게 이같은 자세가 완비돼 있어야 한다.』 -주일미군의 한반도 안보에 대한 역할은 무엇인가.
『주일미군의 역할은 미군의 북한남침에 대한 종심(縱深)배치전력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미국은 주한미군 3만7천명 외에 일본에미군을 주둔시키고 있고 오키나와(沖繩)와 괌에 각각 7함대와 공군을 배치하고 있다.또 하와이에 태평양사령부가 있고 더 나아가 美본토로 이같은 군종심배치가 이뤄지고 있다.군사전략에서 군대가 가장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배치방법은 종심배치다.종심배치는 방어선에 1,2,3선을 이루는 것으로 이같은 후방 2,3선배치는 군사전략상 꼭 필요한 것이다 .』 ***안보 지렛대역할-주일미군의 역할과 중요성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주일미군은 한반도안보의 지렛대로 북한의 남침을 견제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북한이 유엔이 아닌 미국과 평화협정을 원하는 것도 이같은 주일미군의 주둔근거를 제거하기 위한 전략이다.주일미군의 중요도는 또한 단순히 북한군의 위협에만 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일본에서 미군이 철수한다면 다음 결과는 분명하다.일본의 군사대국화는 동북아 안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국내에서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있지만 이는 현명하지못한 발상이다.』 -휴전협정이 북한측의 사보타지로 유명무실하게됐다는 주장도 있다.휴전협정은 꼭 지켜져야 한다고 보는가.
『휴전협정은 물론 준수돼야 하고 존속돼야 한다.북한이 쫓아내다시피한 군사감시위원회 폴란드대표가 한국에서 주재하며 기능을 계속할 수 있는지 여부를 우리정부에 타진하고 있다.중국도 정전협정 준수를 바라고 있다.외국이 정전협정 준수를 원하고 있는데우리가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정리=陳昌昱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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