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공중파방송 변화 부채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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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케이블TV의 등장으로 기존 공중파TV의 내용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오고 있다.아직 케이블TV의 영향력이 미미하지만 공중파방송의 케이블TV에 대한 사전견제.경쟁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게방송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양 매체간 가장 첨예한 신경전이 펼쳐지는 곳은 영화.캐치원(삼성).대우시네마 네트워크등 대기업이 뛰어든 영화채널은 영화관.비디오가게등을 들르지 않고도 안방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경쟁력이 예상됐던 채널이다.공중파방송은 최근 15%인 영화편성 상한선을 꽉 채우는 것은 물론 『백 투 더 퓨처』『에일리언3』『요람을 흔드는 손』『시티 오브 조이』『파워 오브 원』등 대작.최신작등을 방영해오고 있다.그간 주말.휴일 방영체제를탈피해 평일 수시 영화방영이 도입된 것도 케이블TV 이후 달라진 양상.
윤건호 MBC영화팀장은 『현재는 케이블TV 영화채널과의 경쟁적 과도기』라며 『케이블영화가 정착된다면 공중파는 심야시간대 이동,최신작이 아닌 고전영화 위주의 방영 전략을 선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4시간 케이블뉴스채널인 YTN의 등장은 국제.기상뉴스등이 대폭 강화되는 상황을 가져왔다.공중파방송도 이에따라 외신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는 추세고 기상뉴스의 경우 잇따라 새로운 포맷을 개발하는 도미노현상을 보이고 있다.
인기가 적잖은 케이블 스포츠전문채널의 존재도 공중파방송 변화의 한 요소.최근 공중파방송들은 낮 중계방송을 확대하고 주로 주말에 정규방송하던 프로야구를 평일오후에도 편성하는 등 「수시편성」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툴롱 국제축구대회,월드리그배구의 중국등 외국현지중계는 물론 국내선수와는 관련없는 IBC 2대타이틀위성생중계,US오픈,전영오픈골프대회중계등 부쩍 늘어난 공중파의 해외중계도 이같은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DTV.GTV등 여성채널이 등장,해외패션쇼등이 대거 소개되자『주병진 나이트 쇼』『스타예감』등을 통해 패션쇼코너도 신설되고있다.특히 케이블채널에서 비디오자키(VJ).쇼핑호스트.패션자키.퀴즈자키등의 신종 진행자가 선보이자 공중파에 서는 프로그램자키(PJ)라는 새직종을 등장시키고 있다.한술 더떠 케이블에서 제작한 『제3의 전쟁 이제는 문화다』(Q채널)의 작품성을 높이산 KBS는 이 프로를 구입,방영하는 새로운 공생관계를 도입했다. 종합유선방송위원회의 이상식연구위원은 『2~3년뒤부터 양 매체간 경쟁관계는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공중파방송은 지금같은 즉흥적 대응편성보다는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위한 장기적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李위원은 특히 『상업성을 중시하는 케이블과 달리 공영성을 이념으로 해야할 공중파방송이 유아프로등 마이너리티프로를 희생시켜서는 곤란하며 차별화를 통한 공생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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