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개혁·개방 1번지 선전 “10년 내 서울·홍콩 잡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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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국 개혁·개방의 시발지인 광둥(廣東)성 선전시가 향후 10년 내 서울과 홍콩·싱가포르를 따라잡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3대 도시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 비즈니스 도시로 거듭 태어나겠다는 야망이다. 일부에서는 쉽지 않은 장기 비전이라고 분석하고 있으나 선전시 정부는 실현 가능한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질적 성장 주도하겠다”=선전시 당국은 2일 시 홈페이지에서 “단순히 경제 규모만이 아니고 도시 경영기법과 환경 및 문화 등 도시 각종 지표에서도 이들 도시 수준에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대에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대, 최고 수준의 국제 비즈니스 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광둥성의 왕양(汪洋) 당서기는 “선전은 지난 20여 년 동안 개혁·개방의 선구자로 중국 경제의 양적 팽창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 경제의 질적 성장을 위해 또다시 견인차 역할을 할 때가 됐다. 이를 위해 성은 물론 중앙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등 신산업 육성”=올해부터 목표 도시로부터 최대한 많이 배울 계획이다. 지난해 시민 1인당 총생산이 중국 도시 중 처음으로 1만 달러(약 1000만원)를 넘었지만 홍콩·서울·싱가포르에는 한참 뒤진다는 게 이유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공무원과 시민들이 이들 도시의 국제화와 혁신, 위기의식을 배우도록 할 예정이다. 가능한 한 모든 자료와 채널을 통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필요하면 대표단을 각 도시로 보내기로 했다.

시 정부는 특히 선전시 역내총생산(GRP) 중 해외 주문에 의존하는 제조업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는 점을 문제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해외 경기에 너무 민감하고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이루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과 함께 선박 물류와 금융·전시산업·첨단 과학기술산업을 집중 육성키로 했다. 홍콩 과기대의 프리실라 라우 교수는 “선전은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성장했기 때문에 해외 경기에 적응하는 자생력을 갖췄다고 할 수 없다. 선전시가 늦게나마 이런 위기의식을 자각한 것은 향후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은 경쟁과 협력 대상”=홍콩은 경쟁의 대상이면서도 싱가포르와 서울을 따라잡기 위한 협력 파트너로 활용하겠다는 게 선전시 발전전략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금융 분야 공동 발전계획까지 세웠다. 시는 지난달 24일 인민대표대회(人大·시의회) 탕제웨이(唐傑爲) 부주임 등 ‘선전금융산업발전 및 촉진 시찰단’ 9명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영국 런던, 홍콩으로 보내 선전시 국제 금융허브 계획을 마련토록 했다. 광둥 사회과학원 청젠싼(成建三) 연구원은 “선전이 홍콩 등 3개 도시를 따라잡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정부 의지가 확고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모든 부문에서 선진화와 국제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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