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헛소리.환각 三豊사고 부상자들 정신질환 시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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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서 3시간만에 구조된 朴모(52.여.서울서초동)씨는「어둡고 큰 동굴에 갇혀 괴물들에 쫓기는」악몽때문에하루 1시간도 자지 못해 2주전부터 삼성의료원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朴씨는 거리에서 콘크리트 틈이나 부서진 조각만 봐도 가슴이 부들부들 떨리고 식은땀이 나며 건물 밑에만 들어가면 이유없는 공포에 사로잡힌다고 말했다.
임신 9개월의 몸으로 콘크리트더미에 짓눌렸던 唐모(27.여.
서울양남동)씨도 불안으로 잠을 못자는등 고통받고 있다.
또 서울대치동에 사는 尹모(6)양은 단지 삼풍붕괴사고 TV보도를 접한 충격 때문에 이 사고 1주일후부터 엄마와 한순간이라도 떨어지지 않으려는「분리불안」증상을 보여 13일 엄마를 따라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를 찾았다.강남성모병원 간 호사 金모씨는『삼풍사고 부상자 가운데 깜짝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고 잠자다헛소리를 하는 경우도 자주 본다』고 말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부상을 입은 생존자들이 외과적 부상뿐 아니라 악몽.환각.공포증.헛소리등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시급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의료원.세브란스병원등은 삼풍사고 부상.생존자에게 무료심리상담.검사에 나섰다.
이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부상자.치료귀가자(9백여명)가운데 약 3분의1에게서 이같은 정신장애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시간이 갈수록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들이 치료시기를 놓치면 사회복귀가 불가능 한 폐인이 될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의료원 김승태(金昇泰)정신과과장은『미국에서 월남전 참전 군인의 2~3%가 공사장 발파장면만 봐도 소총을 찾으러 다니는등 심각한 정신질환 증상을 보였다』며 『삼풍사태는 전혀 대비없이 맞은 충격이었기 때문에 그보다 후유증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국가차원에서 삼풍사태의 정신적 질환에대한 치료.보상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李榮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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