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 잡은’ 이병규 5경기 연속 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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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주니치 이병규(34·사진)를 보는 일본의 시선이 달라졌다. 2일까지 개막 후 다섯 경기 연속 3번 타자로 나서 21타수 7안타(타율 0.333, 1홈런)를 때려냈다.

아직 시즌 초라 속단하긴 이르지만 지난해 성적(타율 0.262, 9홈런, 46타점)보다 앞서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병규가 정말 달라진 것일까.

도쿄돔을 찾은 백인천 SBS 해설위원과 시범경기 때 이병규를 상대했던 야쿠르트 임창용을 통해 이병규에 대해 들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올해 이병규의 묻혔던 잠재력이 폭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백인천, “후쿠도메 공백 메울 것”

백 위원은 “이병규의 중심 이동을 보라. 지난해까지 임팩트가 이뤄지기 전에 몸이 앞으로 쏠렸다. 정석에 어긋난 폼이지만 공을 맞히는 소질 때문에 지금까지 버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규는 지난해 8월 오치아이 주니치 감독에게서 “공을 마중 나갈 필요가 없다. 기다리면 너에게 오게 돼 있다”는 조언을 들었다. 몸이 먼저 앞으로 쏠리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었다.

이병규는 “그런 표현은 처음 들었다”며 “현역 시절 타격 3관왕에 세 차례나 올랐던 오치아이 감독의 말을 따랐다. 중심을 뒤에 두면서 지난해 포스트시즌 10경기에서 3홈런을 때려냈다”고 말했다. 이는 장타 생산과도 관련이 있다. 힘을 뒤에 모았다가 임팩트에서 싣기 때문에 타구가 멀리 나간다. 1999년 30홈런 이후 내리막을 걸었던 그의 장타력이 살아날 조짐이다.

백 위원은 “이병규는 예전부터 아깝게 여긴 선수다. 공을 받쳐놓고 치는 이승엽(요미우리)과 공을 따라가면서 때리는 양준혁(삼성)의 중간 스타일인데, 한쪽으로 특화해줄 지도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백 위원은 “지금 한참 야구가 잘될 때다. 후쿠도메 고스케(주니치에서 올해 시카고 컵스로 이적)의 공백을 메우며 3번 타자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창용, “변화구도 잘 안 통한다”

임창용은 지난달 23일 나고야돔 시범경기에서 이병규와 만났다. 한 타석을 상대한 결과는 좌익수 플라이. 그러나 임창용은 “병규형과의 승부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임창용은 한국에서 이병규를 피안타율 2할3푼4리(47타수 11안타)로 잘 막았다. 하지만 그때만큼 요리하기 쉽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임창용은 “한국에서 병규형과 상대할 때 유리한 볼카운트이면 체인지업을 던졌다. 제대로 떨어지면 대부분 헛스윙 삼진이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체인지업을 방망이 중심에 맞히더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지적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점을 보였으나 올해는 중심을 뒤에 두고 받아치고 있다는 뜻이다. 이병규는 “지난해 떨어지는 포크볼에 많이 당했다. 겨울 훈련을 통해 이를 보완했는데 더 나아질 것이다. 올해는 꼭 3할을 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한편 요미우리는 2일 주니치에 0-3으로 져 개막 후 5연패에 빠졌다.

도쿄=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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