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베트남수교>下<특별기고>日베트남경제硏 宋浚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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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이 베트남과 국교를 정상화한 것은 한국.일본.유럽의 적극적 베트남 진출에 초조감을 느낀 美 산업계의 압력과 빌 클린턴대통령의 내년 대선(大選)에 대한 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베트남은 그간 경제개방 뿐아니라 정치부문 개혁에도 꾸준히 도이모이(쇄신)정책을 추진해왔으며,내달초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도 가입할 예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은 더이상 수교를 미룰 명분이 없었다.
일본기업은 이제까지 미국 눈치를 보며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자제해왔다.
이제 美-베트남 수교가 이뤄진 이상 미국 대기업은 베트남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미국의 對베트남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미국기업의베트남 진출은 급속히 증가했다.올 6월말 현재 허가된 투자건수는 41건,투자총액은 9억9천6백만달러에 달한다.지난해말 현재의 26건,2억2천3백30만달러와 비교해보면 큰 폭의 증가다.
경제제재 해제직후 베트남에 진출한 미국의 기업은 청량음료회사인 코카콜라,기계메이커인 크라운 코크 앤드 실,세라믹회사인 ICC,인스턴트 커피회사인 하코트 인베스트먼트,석재(石材)가공회사인 ISV,엘리베이터제조업체인 오티스 엘리베이터 등이었다.
주로 식음료분야나 지명도가 낮은 회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자동차메이커 포드가 1억3천만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서를 제출했으며,크라이슬러도 베트남 정부에 진출허가를 신청하는등 대기업들이 속속 참여하기 시작했다.석유개발이나 플랜트사업등 자본집약형 산업이나 금융산업에도 미국의 진출 이 확실시돼 한국.일본기업과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이 예상된다.
한편 일본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이미 베트남정부로부터 투자허가를 받은 노무라(野村)그룹이 하노이 동쪽 85㎞ 지점의 하이퐁港 근처에 총면적 1백53㏊의 하이퐁공업단지 조성계획(총개발비 약 1억2천만달러)을 세워놓고있으며,이타가라스(板유리)도 유리생산을 위해 1 억2천만달러를투자할 계획이다.
그밖에 도요타(豊田)자동차(8천만달러).미쓰비시(三菱)자동차(5천만달러).교에이(共榮)제강(4천6백만달러).다이하쓰공업(3천2백만달러).혼다(本田)자동차(3천만달러).세이로머시너리(2천만달러).소니(7백만달러)등도 베트남진출이 확 정된 상태다. 이같은 미국과 일본의 진출상황으로 볼 때 자본규모가 작은 한국기업은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본력.기술력.기획력.경영능력에서 앞선 외국의 거대기업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은 공동출자에 의한 해외진출이 드물지만 발상을전환해 공동 .협업(協業)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또 미국기업의본격 진출이 예상되는 내년까지 충분한 예비조사를 해둬야 한다.
베트남에 진출할 때는 베트남의 사회적 관습과 국가가 지향하는정책을 인식한 상태에서 종업원과의 융화를 꾀하며 서서히 능률적.합리적.경제적인 경영을 도입해나가야 한다.상호신뢰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게 기업경영을 성공시키는 비결인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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