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유지활동 시험대-스레브레니차 빼앗긴 유엔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유엔이 보스니아에 설정한 6개 안전지대 가운데 하나인 스레브레니차가 11일 세르비아系에 점령됨에 따라 유엔의 보스니아내 평화유지활동(PKO)이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스레브레니차 함락은 유엔이 종이 호랑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주었을뿐만 아니라 제파.투즐라.고라주데.비하치.사라예보 등 나머지 5개 안전지대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스레브레니차 인근 제파는 이미 세르비아系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으며,언제 세르비아系의 수중에 넘어갈지 모르는 형편이다. 지난 5월에 있었던 유엔보호군(UNPROFOR)인질사태에이어 이번 스레브레니차 함락으로 유엔은 또다시 무력함을 드러냄으로써 향후 대책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몰려 있다.
유엔의 결정과 경고를 무시한 세르비아系를 스레브레니차에서 무력으로 몰아낼 것인지,아니면 유엔군의 안전을 위해 보스니아에서철수할 것인지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어떠한 선택도 어렵기만 하다.
세르비아系와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것은 모험이 아닐 수 없다.세르비아系와의 군사적 대결은 본질적으로 내전인 보스니아 사태에 유엔이 휘말리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분쟁지역의 평화유지라는 PKO의 본질에서 벗어나 평화의 강제집행에 유엔이 직접 나섬으로써 개입의 성격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또 유엔군의 엄청난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그렇다고 유엔군을 보스니아에서 빼낼 수도 없는 처지다.이는 유엔이 스스로 제 임무를 포기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유엔군마저 철수한다면 보스니아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대혼란의 국면에빠질 것이 분명하다.
보스니아의 수렁에서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진 유엔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베를린=韓敬煥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