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격전지] 전남 목포, DJ 바람 “막아라” vs “불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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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8시. 민주당의 본거지 전남 목포에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 통합민주당 정영식 후보와 무소속 박지원 후보는 목포 석현동 청호시장에서 맞닥뜨렸다. 정 후보는 김대중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차관, 박 후보는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두 사람의 스타일은 확연히 달랐다. 정 후보는 곧바로 시장골목을 누비며 “민주당을 살립시다. 정영식입니다”를 반복했다. “민주당의 공천 고시를 통과한 후보는 정영식”이라는 게 홍보의 키워드다.

그 사이 박 후보는 시장 입구에 댄 유세차량에 올랐다. 차량에 붙은 ‘큰 발전 큰 인물’이라는 현수막과 가수 태진아씨가 눈에 띄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과의 특수한 관계를 집중 언급한 데 이어 “시의원 22명 중 9명이 저를 돕고 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저를 형님이라 하고 정종득 목포시장은 제가 형님이라고 한다”며 자신의 마당발을 자랑했다.

이들과 3각 구도를 이루는 현역 의원 이상열 후보는 같은 시간 대불산업단지에서 보냈다. 대불산단 활성화는 이 후보가 자신의 가장 큰 치적으로 내세우는 대목이다. “먼지만 날리던 산업단지가 지금은 빈 공장이 없을 정도가 되는 데 공이 컸다”는 주장이었다.

이날 정 후보와 이 후보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등에 발품을 파는 데 주력한 반면 박 후보는 가는 곳마다 유세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초반 어디로도 기울지 않던 목포의 표심은 술렁이고 있다. 물결은 지난달 30일 박 후보의 목포 역전 유세에 나타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일으켰다. 현장엔 3000여 인파가 모였다. 그가 떠난 직후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 처음 박 후보는 2위 정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박 후보의 한 측근은 “DJ 정신을 계승하고 50년 민주세력의 정통을 잇는 후보라는 점을 인정받기 시작했다”며 “대세론 굳히기에 나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정 후보는 “반짝 효과일 뿐”이라며 “언제까지 목포가 DJ 측근들의 한풀이 장소여야 하는가”라며 바람 차단에 나섰다. 이 후보 측은 “민주당이 경쟁력 없는 후보를 내 목포가 또 동교동계의 손에 떨어지게 생겼다”며 양쪽에 전선을 그었다.

이들이 DJ의 그림자를 두고 싸우는 목포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시민은 전례없는 부동층이다. 택시기사 조용월(56)씨는 “박지원의 출마는 DJ의 욕심이고, 이 의원은 한 일이 없고, 민주당이라고 무조건 찍지도 않겠다”고 삼비론을 폈다. 북항 중앙시장에서 식당을 하는 문강순(37)씨는 “당이나 DJ 때문에 표를 주진 않을 것”이라며 “인물 됨됨이를 살필 것”이라고 했다.

목포=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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