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ESTATE] 브랜드 타운 아파트 “불황 모르는 동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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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촌. 총 4998가구로 1982년 완공된 이 단지는 26년이 지난 지금도 국내 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린다. 올 들어 강남권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곳은 예외다. 매수세는 꾸준한데 매물이 많지 않아 호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압구정동 구현대1차 142㎡는 17억~19억원을 호가한다. 평균 시세는 16억2500만~17억7500만원 선이지만 실제 이 가격대에 살 수 있는 매물은 찾기 어렵다.

요즘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에서 이른바 ‘브랜드 타운 아파트’가 인기다. 특정 지역에 한 브랜드로 주거 타운을 형성한 아파트들이 시장 침체에도 가격이 오르며 ‘불황 속 호황’을 누리고 있다. 나비에셋 곽창석 대표는 “브랜드 타운 아파트는 수요층이 두꺼워 랜드마크(지역 대표 건물)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1~2개 단지에 불과했다면 지금과 같은 시기에 강한 뒷심을 발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침체기에도 가격 안 빠져=브랜드 타운 내 아파트값은 주변 시세를 압도하는 경우가 많다. 마포구 공덕동과 신공덕동은 ‘삼성타운’으로 불릴 만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은 단지들이 성곽처럼 둘러싸고 있는 동네다. 이곳엔 7개 단지 5101가구의 삼성래미안 아파트가 포진해 있다.

공덕삼성3차(616가구, 2002년 5월 입주) 105㎡는 7억5000만원 선으로 1년 전보다 1억원 가까이 올랐다. 반면 인근 마포현대(480가구, 1987년 9월 입주) 105㎡는 4억3000만~5억1000만원 선으로 1년 전 시세 그대로다. 공덕동 늘림터공인 관계자는 “다른 단지보다 삼성타운으로 진입하려는 수요가 많아 적정 가격대에 매물이 나오면 곧바로 거래된다”고 말했다.

구로구 신도림동 e편한세상 타운(7개 단지, 4224가구) 역시 이웃한 아파트보다 같은 면적이라도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2억원까지 값이 더 나간다. 브랜드 인지도 외에 타운을 형성한 데 따른 프리미엄이 자연스럽게 붙은 것이다. 대림e편한세상4차(833가구, 2003년 5월 입주) 112㎡ 시세는 7억~7억5000만원 선으로 바로 옆 단지인 동아3차(813가구, 2000년 11월 입주) 105㎡(5억~5억7000만원)보다 훨씬 비싸다.

신흥 브랜드 타운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성북구 미아·길음뉴타운 일대에는 1만여 가구의 래미안 타운이 조성 중이다. 경기도 오산시 세마역(경부선 전철) 일대에서는 대림산업이 9000가구 규모의 e편한세상 타운을 만들고 있다. 2006년 5월 공급된 오산시 양산동 아파트 1646가구와 지난해 5월 입주한 2368가구의 오산 원동 e편한세상까지 합치면 4000가구를 넘는다. 대림산업은 2009년까지 도시개발사업을 통해 5000여 가구(오산 세마 2, 3차)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일대에서는 하나의 브랜드로 초대형 단지가 생긴다. 대우건설은 1999년부터 경기도 안산시 고잔택지지구에 8차에 걸쳐 8113가구를 공급한 데 이어 주변 재건축단지를 잇따라 수주함으로써 이 일대에 1만8000여 가구의 푸르지오타운을 조성할 전망이다. 이 지역은 서쪽으로 화성 동탄1 신도시, 북쪽으로 병점 복합타운, 남쪽으로 세교지구에 둘러싸인 개발축의 한복판에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중개업소들은 본다.

◇올해 어디서 분양하나=브랜드 타운 아파트 분양도 잇따른다. 와이플래닝 황용천 사장은 “브랜드 타운은 규모가 큰 만큼 각종 편의시설을 잘 갖춘 데다 수요층이 두터워 환금성이 좋으므로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타운으로 조성된 공덕동에서 재개발아파트(공덕5구역) 794가구(일반분양 31가구)를 11월께 공급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또 성북구 종암동 종암5구역에서 1025가구(일반분양 332가구)를 선보인다. 2003년 입주한 래미안1차 1168가구, 2009년 입주 예정인 래미안 종암2차 1161가구와 함께 3300여 가구의 래미안 타운을 형성할 전망이다.

GS건설은 이미 5472가구의 대규모 LG빌리지(옛 자이 브랜드)타운을 형성한 용인 성복동에서 수지자이 2차 500가구를 4월께 분양한다. 신안건설산업은 김포 감정동에서 신안실크밸리 3차 903가구를 상반기에 선보인다. 감정동에는 이미 신안실크밸리 1, 2차가 들어서 있어 향후 4000여 가구의 브랜드타운이 형성될 전망이다.

하지만 브랜드타운이라고 해서 모두 투자가치가 높은 것은 아니다. 지역은 물론 타운 내 단지 위치에 따라 주거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입지여건이 좋고 주변 개발 호재도 안고 있는 아파트를 고르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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