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自목소리 높인 JP-6년만에 국회 野黨대표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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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일오전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는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의부인 박영옥(朴榮玉)여사와 딸 예리씨가 앉아있었다.드문 광경이었다.金총재의 한 측근은 지난 89년 신민주공화당 총재때 이후처음이라고 했다.
6년만에 야당대표로 국회연설을 하게된 金총재 본인도 가족들 못지않게 감회가 큰것 같았다.그는 서두에『집권여당대표로 몇차례대표연설을 했지만 야당대표로 단상에 서고보니 많은 생각을 갖게된다』는 말로 운을 뗐다.이날 그의 연설은 한마 디로 국정운영에 대해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민자당에 던진「충고」와「훈수」였다는 평가다.
야당대표로 돌아온 그는 특유의 저음(低音)으로 정부의 실정(失政)을 하나하나 공박했다.특히 金대통령의 통치를 독선과 전횡으로 몰아붙이며『남은 2년반은 이래선 안된다』고도 했다.정부여당에 대한 그의 공격이 계속될때 민주당 의석에선 간간이『옳다』는 맞장구도 나왔다.그러나 그는 정부.여당을 공격하기에 앞서 야당의 책임론을 먼저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그는『오늘의 야당은어제의 야당이 아니다』며 지방정부를 맡게된 집권야당의 책임론을제기했다.연설을 앞두고 참모들과 가진 5~6차례의 독회(讀會)에서도 그는「정권」이란 용어를「정부」로 순화시킬것을 지시했다는후문이다.때문에 야당이면서도 그의 비판에는 자극적이기보다 은근함이 배있었다.
이런 배려들은 그가 민주당과의 차별을 부각시키면서 제3당으로서의 독자 행보를 의식했기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그는 연설 군데군데에서 金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亞太재단이사장 사이를 오갔다.
金대통령의 개혁을 완전한 실패로 규정한데는 올초 팽(烹)당한데 대한 독기가 서려있었지만 연설 말미에『역사에 남는 명예로운정권이 되도록 잘해달라는 충언(忠言)』임을 강조했다.
그는 또 現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기위해 연설문에 있던『카터前미국대통령이 남북을 드나들었지만 김일성 사망으로 헛일이 됐다』는 부분을 읽지 않았다.金이사장이 카터방북을 주선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이밖에 그는 자민련의 당론인 내각제 개헌을 국회에서는 처음 언급했지만 시기와 방법등은 생략했다.
물론 이같은 독자 목소리는 지방선거를 통해 회복한 자신감이 바탕이 되고있다.때문에 6년만에 야당대표로 돌아온 그는 이날 연설에서 자신이 정국운영의 주요변수임을 부각시키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볼수 있다.그리고 이는「신(新)3金시대」의 한 축을 차지한 그가 앞으로 선택의 순간까지는 절대 행보를 서둘지않을 것을 예고하기도 한다.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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