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豊백화점 자원봉사 地下구출단 死地넘나들며 혼신 구조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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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어이,힘으로만 하지말고 머리를 써.머리를….』『李형,이리와나 좀 도와줘.콘크리트더미밑에 사람 손이 보여.』 무너진 백화점건물 지하에서는 숨가쁜 외침들이 터져나오고 있다.연일 계속된구조활동으로 허리가 끊어져내리는 듯한 고통속에서도 한마디 불평없는 이들「자원봉사자 지하구출단」은 5일로 7일째 강행군을 하고 있다.
목은 쉬고 얼굴은 초췌해졌지만 3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한 구의 시신이라도 온전하게 건져내야겠다는 일념으로 쉴새없이 목을타고 흐르는 땀을 닦을 시간조차 없다.
이들이「자원봉사 지하구출단」을 만든 것은 지난달 30일.붕괴사고직후 각지에서 달려와 현장에서 구조활동에 나선 2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다음날 새벽『좀 더 체계적으로 작업을 하자』며 즉석에서 결정했다.
얼마후 숫자가 30여명으로 불어나자 이들은 3개조로 나뉘어 콘크리트더미를 파헤치고,생존자를 찾아 헤매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현재 무너진 북관 지하3층과 남관 지하1,2층에서 지친기색없이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사고의 복구현장에서 갖가지 지휘체계의 문제점이 밝혀지고있지만 이들은 철저한「분업과 협조체제」로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각 조에 팀장을 두고 작업을 지시하기 때문이다.사소한말다툼 한번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자랑이기도 하다.
이들은 스스로를「외인부대」로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용접공.철거반원.레크리에이션강사.회사원.공무원등 이들의 직업은 그만큼 다양하다.
팀장인 강정택(姜正澤.36.레크리에이션강사)씨는 사고당일 잠실야구장에 있었다.야구장 전광판에서 사고소식을 듣고 곧바로 현장에 도착했다.레크리에이션강사라 특별한 기술은 없었다.그러나 그는『건강하나만은 자신 있다』는 생각에 남관 지하 2층과 지상을 오가며 정신없이 구조활동에 나섰다.
그는 71시간만에 구조됐으나 끝내 불귀의 몸이 된 이은영(李恩英.21)양을 구해내는데 앞장선 일등공신이다.姜씨는『李양이 구조될 때는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솟았다』며『그러나 휴식도중李양이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만 빨리 구했더 라면 하는 생각으로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대원중 한명인 이동은(李東殷.42.철물상.서울중구신당동)씨는『지휘본부가 발급하는 자원봉사자 비표를 얻은 우리는 운이 좋은편』이라며『초창기 4백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지휘본부의 지시로 대부분 생업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또 안형태(安亨泰.34.회사원.서울도봉구창동)씨는『자원봉사자들 중에 좀도둑이 많다는 얘길 들을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며『대가를 바라서가 아니라 누구라도 현장에서 생존자의 신음소리와 갈갈이 찢긴 시체를 보고나면 그냥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金俊賢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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