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끝> ‘두려움’ 없는 골퍼가 되길 기대하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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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 26면

‘예측불허’.

집단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집약되는 ‘예측불허’는 ‘나 홀로’라는 자의식이 강해지면서 심장 박동수를 높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는다.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나 믿음이 줄어들면 마음의 동요가 불안으로, 불안은 두려움으로 발전한다.

필자가 이 칼럼의 마지막 주제로 삼은 것은 ‘골프의 두려움’이다. 엄밀히 얘기하면 ‘스윙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샷의 결과에 대한 공포심이다.

지난 1년여 동안 골프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면서도 ‘스윙에 대한 두려움’을 잊어본 적은 없다. 1번 홀의 첫 티샷이 그렇고, 유독 플레이가 잘 안되는 홀에 이르게 되면 잡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진지한 고민의 대상은 아니었다. 아주 일시적으로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쯤이었을까. 그런데 이 칼럼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이르면서 ‘골프에 대한 두려움’을 자문하게 됐다.

원인은 많을 것이다.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그 원인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중에 한두 가지를 골라 보면 우선 ‘믿음의 골프’를 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아마추어 골퍼는 ‘연습장에서 플레이하고, 필드에서 연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프로 골퍼는 “연습장에서는 타구의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자신의 리듬을 찾거나 스윙의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연습을 하고, 필드에서는 스윙을 의심하지 말고 당장 쳐내야 할 샷 하나에만 집중하라”고 충고한다.

그 금쪽같은 충고를 잊을 때가 많다. 한 샷, 한 홀이 망가지면 순식간에 스윙을 분석하고 그 대책을 마련한 뒤 교정하려다 그만 플레이는 뒷전이 돼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한번 의심을 시작하면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한편으론 ‘즐기는 골프로부터 너무 멀리 벗어나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은 누구나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은 뒤 자신의 한계에 직면하면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다.

그 한계를 넘어 뭔가를 깨달으면 ‘편안함’과 ‘자유’를 얻는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자포자기’로 치닫기도 한다. 최근 이러한 물음들 속에서 얻은 소득은 ‘나 자신을 신뢰하지 않으면 누구를 믿으랴’ 하는 것이다.

케케묵은 원론적인 얘기다. 그러나 긍정적인 생각 하나만으로도 큰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 즐겁다. 자기 주문이 없는 평범한 샷과 ‘똑바로 보낼 수 있다’는 믿음의 샷은 질적으로 그 결과가 다르다.

어떤 확신은 두려움을 잊게 한다. 두려움 없는 샷은 스윙 스피드가 줄지 않는다. 오히려 임팩트부터 폴로스루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파워가 더욱 증대된다. 반면 자기 확신이 떨어지면 폴로스루는 생략되고 다운스윙만 남는다. 퍼팅 때도 마찬가지. ‘넣을 수 있다’는 확신이 강하면 강할수록 성공률은 더욱 높아진다.

올 시즌 여러분 모두 ‘두려움’ 없는 골퍼가 되길 기대한다. 그동안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린다.


※‘최창호의 위닝 골프’는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끝냅니다. 다음 호부터는 중앙일보 골프담당 정제원 기자가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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