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豊 실종자가족 애탄다-"생존자 있을수도"중장비동원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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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아직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중장비를 투입하는 것은 인륜에 어긋납니다.』 『시체가 부패되고 있으니 중장비를 써서라도 빨리 발굴해야 합니다.』 삼풍백화점사고 대책본부가 3일오전부터 그동안의 수작업 위주 구조방법을 바꿔 굴착기.기중기등 중장비를 동원해 구조.발굴에 나서자 3백여명의 실종자가족 수천명은 이처럼 엇갈리는 심경에 더 애를태우고 있다.
가족들은 이날아침 투표를 통해 일단 중장비 투입에 동의했다가3일 낮12시쯤 가족대표내 프락치 사건이 터지자 불신이 증폭,이성을 잃은채 갈피를 못잡는 상황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특히 이날부터 현장 접근이 차단되고 TV중계도 현장감이 떨어지게 되자『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냐』며 불안에 떨었다.
서울 서초동 서울교대 체육관에서 밤을 세운 실종자가족들은 3일 낮12시쯤 그동안 실종자가족 대책협의회장을 맡아온 박태식(朴泰植.35)씨가 삼풍백화점내「베이직패션」전무며 본인 주장처럼부인이 실종된 것이 아니라 종업원 4명이 실종된 것으로 밝혀지자 朴씨를 구타,혼수상태에 빠진 朴씨가 병원으로 후송됐다.
가족들은 이에 흥분,3백여명이 오후1시20분부터 교대전철역앞네거리를 점거한 채 항의시위를 벌였다.가족들은 바리케이드를 쳐교통을 차단한채『프락치가 웬말이냐.정부는 사과하라』『생존자를 구출하라』『구조작업 빨리하라』는등 구호를 외치 며 경찰과 대치했다.언니가 실종됐다는 金영주(43.대전유성구어운동)씨는『일부가족대표가 사람들을 선동해 이상한 방향으로 일을 끌고가고 있다』며『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는 데 어떻게 중장비를 쓸 수 있느냐』고 흥분했다.
그러나 아들이 실종된 문석기(文石基.58.청원경찰)씨는『2일들어오는 시체를 보니 심하게 부패되어 있었다』며『생존을 믿고 싶지만 중장비투입으로 빨리 일을 진행시켜야 시체의 형체라도 온전하지 않겠느냐』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부인이 실종된 정우택(32)씨도『시체의 부패가 심해지면 인양해 내더라도 내식구인지알아볼 수 없는 비극이 생긴다』며 빠른 작업을 촉구하고『현장을안보여주니 너무 갑갑하다』며 당국의 설명을 요구했다.
한편 실종자 가족 5백여명은 3일오후 지휘본부 주변으로 몰려와『정확한 작업진행 상황을 알려주고 시신이 나오는대로 신원확인을 시켜달라』고 요구하며 3시간여동안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徐璋洙.金俊賢.金秀憲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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