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와인 대부분서 살충제 성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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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호주의 농부가 지난해 8월 시드니에서 서쪽으로 490㎞ 떨어진 그리피스의 포도밭에서 가뭄으로 메말라 버린 나뭇가지를 손질하고 있다. 포도 재배 농가들은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포토]

유럽에서 판매되는 포도주의 상당수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AP 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시민단체인 국제농약행동네트워크(PAN) 유럽 지부가 유럽연합(EU) 내 국가에서 판매되는 포도주 40종을 성분 분석한 결과 35종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 검사 대상 일반 포도주에선 모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고 유기농이라고 표기한 포도주 6종 가운데서도 1종에서 같은 결과가 나왔다. 전체 40병 가운데 프랑스산이 13병, 독일산이 10병, 오스트리아산이 10병, 이탈리아산이 3병, 포르투갈산이 1병, 호주산이 1병, 칠레산이 1병, 남아프리카공화국산이 1병 등이었다. PAN 유럽지부는 “상당수 포도 농장에서 합성 살충제 사용을 늘리고 있어 나타나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포도밭에 살충제를 더 뿌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살충제 포도주’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상당수 포도밭이 더운 환경을 좋아하는 곰팡이균의 피해를 볼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경제일간지 레 제코는 26일 프랑스 포도주 연구소(ICV)의 연구 자료를 인용, “프랑스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던 특정 곰팡이균이 프랑스 북쪽 지방까지 확대되기 때문에 살충제 사용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ICV의 연구 등을 토대로 볼 때 이제껏 큰 피해를 주지 않았던 오이디움균이 앞으로 주의해야 할 곰팡이균으로 지목됐다.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이다. 다른 곰팡이균이 비가 많이 오고 눅눅한 환경을 좋아하는 것과 달리 오이디움균은 더운 날씨가 오래 지속되면 번식력이 강해진다. 그 결과 오이디움균은 날씨가 더운 프랑스 남동부 일부 지역에서만 관찰됐지만 앞으로는 점차 북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오이디움균은 포도나무 성장을 억제하고 열매를 바싹 마르게 한다.

ICV는 “포도주 전문가들은 여름이 뜨거우면 좋은 품질의 와인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연구에서도 평균온도 상승은 포도나무 노균병 등 전염병 확산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금은 연평균 6번 살충제를 살포하지만 2080년에는 연 9회로 늘려야 할 것으로 예측됐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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