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옹졸한 대만의 對韓보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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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92년 단교(斷交)이후 대만의 한국에 대한 감정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단교된지 이미 3년이 가까워 오는 요즘에도 취해지고 있는 대만당국의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대만 외교부는 최근 대만에 주재하고 있는 한국 관용여권 소지자의 자녀들에 대해 현지 중국인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대만에 주재하고 있는 한국 대표부의 자녀들과 관광공사 및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등 한국 관용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주재원들의 자녀들은 중국인학교가 아닌 다른 외국학교에 진학해야만 할 입장이다.
물론 타이베이(臺北)와 가오슝(高雄)에 설립된 한국인 국민학교가 있기는 하지만 자녀가 고학년일 경우 각종 교육여건 미비로진학을 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이들 주재원은 자녀들을 외국인학교에 보낼 수밖에 없게 됐다.
이같은 경우를 당한 한국주재원들은 그래서 요즘 사기를 크게 잃어가고 있다.직접적인 피해당사자인 한국관광공사 한 간부는 『양측간 단교로 인해 악화된 감정을 2세들에게 대물림하자는 발상』이라면서 울분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은 최근 리덩후이(李登輝)총통의 방비(訪美)등을 통해 국제무대로 복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대만당국은 현지에 주재하고 있는 한국인들에 대해 취한 이러한 보복조치가 과연자신의 국제무대 복귀의사와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 지 양식(良識)에 근거해 판단해 볼 일이다.
[臺北=劉光鍾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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